‘복제 법인’으로 99억 ‘지급명령’ 사기…기업도, 법원도 모두 속아
[KBS 춘천] [앵커]
법원의 '지급명령'제도를 악용해 99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사기꾼들이 검찰에 붙잡혔습니다.
전국에서 20개 넘는 법원의 판사들이 이들의 범죄에 이용당했습니다.
조휴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물건 대금을 돌려받게 해 달라는 내용의 '지급명령신청서'입니다.
물건 판매업자라고 주장한 사람들이 한 기업체를 상대로 법원에 제출한 서류입니다.
돌려받을 돈이 2억 8천만 원이라고 돼 있습니다.
이 돈을 보냈다는 은행 '예금거래실적서'도 있습니다.
전부 가짜였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이런 서류를 토대로 해당 기업에 돈을 주라는 '지급명령'을 내렸습니다.
사기꾼들의 거짓말에 기업부터, 법원까지 모두 다 속은 겁니다.
사기단은 40대 총책을 정점으로 모두 6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은 특정 기업을 골라 이름만 같은 법인, 다시 말해, 서류상으로만 존재라는 '복제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그 다음, 이 복제 법인 명의로 은행거래 내역을 조작했습니다.
그리고, 돈은 줬는데 물건을 못 받았다며, 법원에 물품 대금 반환을 지시하는 '지급명령'을 내려 달라고 신청합니다.
법원에서 지급명령이 나오면, 이 명령서를 중간에서 가로채 해당 기업의 주거래 은행에서 돈을 받아냈습니다.
[최 혁/춘천지방검찰청 인권보호관 : "거래 상대방인 법인의 상호만이 표시되는 점, 그리고 피해 회사 관계자 행세를 하면 지급명령 정본을 쉽게 송달받을 수 있는 점 등을 이용하여."]
이 사기단은 2023년 5월부터 11월까지 전국의 기업체 28곳을 상대로 99억 원에 달하는 지급명령액을 받아냈습니다.
이 가운데, 16억여 원은 실제로 받아냈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소송사기를 의심한 일부 피해 업체가 춘천지방법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들이 민원을 제기하기 전까지 전국의 법원 21곳은 자신들이 사기에 이용당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실제 지급명령을 내린 한 법원의 판사는 "지급명령 신청의 경우, 담당 판사가 서류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서류상으로 문제가 없으면 사기를 걸러내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사기단을 사기와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또, 법원행정처에 지급명령제도를 개선해달라고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김태원
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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