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보다 10년 경력 판사가 훌륭? “경력보다 능력있는 법관 뽑아야”

박혜연 기자 2024. 7. 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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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람직한 법관임용자격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뉴시스

법조 경력이 10년보다 적은 사람도 판사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람직한 법관임용자격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법조인들은 “판사가 되기 위해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고 입을 모았다.

2013년부터 법원은 최소 5년 이상 법조 경력을 쌓은 검사·변호사 중에서 법관을 뽑고 있다. 사법연수원에서의 성적순대로 법관을 뽑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갖춘 법관을 뽑아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자는 취지다. 내년부터는 7년, 2029년부턴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자를 선발하게 된다.

하지만 경력이 길어질수록 로펌 등에 자리 잡은 유능한 변호사들이 법원에 오기 힘들고, 법관의 평균 연령이 높아져 재판 지연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배용준 서울고법 판사는 “법관 임용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경력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자질”이라며 “10년 이상으로 단계적 상향 예정인 법조 경력 요건을 5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했다.

배 판사는 10년 이상 경력자만 판사로 채용하면, 법관 고령화와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판사가 직접 자세히 판결문을 써야 해 업무량이 많은데, 판사가 고령화되면 사건이 적체될 수 있다”며 “법조 경력이 많은 사람만 사건을 신속·효율적으로 처리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10년 미만 경력자도 현장 실무를 충분히 경험했다면 법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2023년 법관 평균 연령이 이미 44.6세”라며 “법관이 고령화되면 오히려 다양성은 역행될 것”이라고 했다. 배 판사는 “빠른 사회 변화에서 파생되는 분쟁·범죄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사이에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다양한 연령대의 법관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장도 “공정하면서도 빠른 재판을 위해선 우수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판사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법관의 처우를 높이는 게 최우선이지만, 당장 어렵다면 법조 경력 요건을 단축해 좋은 재원을 유입시켜야 한다”고 했다.

법조 경력 10년 기준이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년 전후의 경력자는 법관 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이직이 많지만, 7년차는 조직에서 승진·유학 기회를 제공받거나 개인 사무실을 차리는 등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고 했다.

한편, 법조 경력 기준을 10년 이상으로 해야한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과 교수는 “입법부와 사법부는 이미 2011년에 최소 10년의 법조 경력자를 판사를 임용하기로 했다”며 “이 경력 요건을 완화하자는 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10년 이상의 경력자를 채용하면 전관예우를 완화할 수 있고, 법관의 서열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도 짚었다.

대안으로는 ‘이원적 법관 임용 방식’이 제시됐다. 어영강 대한변협 부협회장은 “10년 이상 경력자를 임용함과 동시에, 5년 이상 경력자도 선발하자”며 “대신 5년 이상 경력자는 실무를 활발히 하는 배석판사로, 10년 이상은 경력을 활용해 단독 재판장으로 일하도록 역할과 임용 기준을 달리하자”고 했다.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판사를 다르게 채용하는 ‘전문 법원 체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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