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파주 북한군 묘지, 안보교육의 장으로

2024. 7. 2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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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안민정책포럼 청년회원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산56-1 인근 북한군 묘지, '적군 묘'에 들렀다. 적군 묘는 한국전쟁 시 사망한 북한군과 중국군, 전쟁 이후 침투한 무장공비와 북한 간첩, 그 외의 북한강 하류 인양 사체와 같은 북한군 사체를 한 곳에 매장해 둔 곳이다.

분단은 현재 진행형이고 대한민국에서 적군인 북한군의 묘에 들르는 행위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한반도 분단과 전쟁 그리고 한반도의 현재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분단과 전쟁의 가장 깊숙한 중심이자, 현재 대한민국 내부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남북문제 양극화 현상의 알려지지 않은 정점이라고 생각이 들어 답사차 다녀왔다.

전쟁과 끊임없는 충돌이 지속된,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한반도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전사자, 무장공비, 간첩들이 묻혀있는 곳인 만큼 가는 길은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제네바 협약과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1996년 6월에 묘지를 조성했다고 한다. 1구역과 2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1구역에는 북한군과 공비, 간첩 및 그외의 사체들이, 2구역에는 중국군 사체들이 각각 매장되어 있다. 묘비들을 보는 순간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두 구역 모두 잡초들이 키만큼 자라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기 화해의 제스처로 2구역에 매장된 중국군 유해 총 541구가 본국으로 송환되었다고 한다. 헤치고 들어갔다. 봉분은 없고 묘비들은 그대로 있었다.

마주한 첫 묘비에는 '중공군 307, 무명인,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2014년 3.28일 본국 송환'이라고 적혀있었다. 다른 묘비들도 번호, 신원 미상을 뜻하는 무명인, 발견 장소, 송환일이 적혀있었다. 그렇게 중국군들은 모두 본국으로 송환되었고 터와 비석만 남겨져 있었다.

1구역으로 장소를 옮겼다. 북한군 역시 봉분은 없고 묘비에 번호, 이름, 발견지, 사건, 매장일이 적혀있었다. 한국전쟁 전사자들은 중국군과 같은 방식으로 발견된 장소가 적혀있었다면, 김신조 사태를 뜻하는 '북한군 번호 33, 소위 김올식, 1.21사태 무장공비', '북한군 번호 107, 무명인, 동해안 침투 무장공비', '북한군 85 무명인, 3사단 침투 무장공비'와 같이 간첩과 무장공비들의 경우 사건과 함께 계급과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렇게 국방부의 관리하에 파주 외곽 군부대 야산에 건립하여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출입도 통제되어 접근이 안 되었다. 김대중 정부 시기였던 2000년 묘역을 확장하며 이름을 북한군, 중국군 묘지로 변경해 개방했다.

이명박 정부 시기 묘역을 찾는 중국인들로 인해 5억원을 들여 관광지로서 개발하기 위한 정비를 했다. 북한이 송환을 거부해온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회의원이 경기도 지사이던 2019년 3월 경기도가 이 묘지를 평화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포천의 승진훈련장 부지 96만여㎡와 교환하는 형식으로 국방부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는 내용의 '파주 북한군 묘지 관리 이관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였던 이화영 씨가 담당했다.

당시의 문재인 정부 역시 용서와 화해를 위한 노력으로 묘역을 평화누리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군의 반대 등의 이유로 무산되고 지금은 협약 해지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한다.

분단과 전쟁, 체제 경쟁하에 희생되어 무명인으로 묻혀 북한이 송환을 반대하기에 돌아가지 못한 한 맺힌 혼들의 흔적을 보며 분단과 전쟁, 이념과 체제 경쟁에 대한 상처를 되새기게 되었다. 무장공비, 간첩들은 분단의 사생아들이면서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또 다른 한반도 분단의 상처를 낸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보면서 뼈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기억하면서도 현실은 올바르게 직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일한 휴머니즘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이들을 미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평화누리공원이 아닌 분단의 사생아들을 기억하고 북한 정권에 의해 우리가 잃은 가족, 동료들을 기억하는 안보 견학의 장소로 이곳을 재정비할 것을 정부에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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