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2년 전 침체장 이후 최대 낙폭…AI 파티 끝났나[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4. 7. 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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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가 24일(현지시간) AI(인공지능) 수혜주를 중심으로 급락했다. AI 파티가 끝나며 기술주 랠리도 막을 내린 것인지, 아니면 단기 조정일 뿐으로 매수해야 할 기회인지 주목된다.

이날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는 2.3% 하락했다. S&P500지수가 2% 이상 떨어지기는 2022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나스닥지수는 3.6% 급락해 2022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매그니피센트 7은 시가총액 가중 평균으로 이날 4.6% 급락했다. 매그니피센트 7 종목이 포함된 S&P500 정보기술 업종과 재량적 소비 업종은 각각 4.1%와 3.9% 떨어져 2022년 9월 이후 가장 낙폭이 컸고 이날 전체 업종 중 수익률이 가장 나빴다.

나스닥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김지영

나스닥, 최고가 대비 6.3% 하락
이번주 거래일이 아직 2일 남긴 했으나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지난 6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발표된 지난 11일부터 이상 조짐을 보였다.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라 오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며 중소형주로 순환매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이후에도 소형주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았을 뿐 지난 16일까지는 강세를 이어갔다.

그렇다고 이날 하락 압력이 중소형주를 피해 가지는 않았다.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지수도 2.1% 떨어졌다. 그나마 기술주 비중이 낮은 우량주 지수인 다우존스지수가 1.3% 내려가 가장 선방했다.

현재 S&P500지수는 지난 16일에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인 5667.20에 비해 4.2% 떨어진 상태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16일 사상최고가인 1만8509.34 대비 6.3% 하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
이날 증시 급락의 한 가지 원인으로는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논평이 꼽힌다. 그는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최근 나오는 데이터들을 보고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있다는 걱정이 생겼다며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9월이 아니라 다음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장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더들리는 원래 연준이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는 최근의 경제지표들을 보고 이런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인베스코의 수석 글로벌시장 전략가인 크리스티나 후퍼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경제에 대한 더들리의 경고가 투자자들 사이에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증시 낙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에 더 많은 균열이 나타나고 있고 투자자들은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비자와 알파벳, 테슬라도 증시 매도세를 촉발시켰다. 카드 결제회사인 비자는 실적 발표 때 7월 첫 3주일간 전반적인 결제 규모가 지난 6월에 비해 둔화됐다고 밝혀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AI의 투자에 대한 회의론
알파벳은 지난 2분기 순이익과 매출액이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웃돌았지만 유튜브 광고 매출액이 기대치에 미달한데다 경영진이 기술 인프라에 대한 투자 수준이 높아지면서 감가상각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것이 투심을 악화시켰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킴 코피 포레스트는 AI 인프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시장의 우려를 사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전기차시장의 경쟁 심화와 AI, 차세대 전기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대한 투자로 이익률이 급락하면서 순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최근 시장 일각에서는 AI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건강한 조정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난 17일부터 본격화한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테라의 CIO인 진 골드먼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이번 하락은 그간의 쉼 없는 상승세를 감안할 때 널리 예상된 것이며 대형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시장에 건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금이 대형주에서 벗어나 좀더 저렴한 중소형주로 이동하는 순환매는 과도한 시장 집중도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매도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든 궁극적으로 투자자에게는 또 다른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감, 증시 상승세가 소수 종목에 과도하게 집중된 점 등을 볼 때 증시 하락은 예견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먼은 S&P500지수가 지난해 7월 말 정점을 찍고 10월 중순까지 조정을 받았다며 그 때와 비슷한 하락세가 이번에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하가 지지대
인베스코의 후퍼는 "미국 증시가 오랫동안 큰 하락세 없이 정말 강한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여름 매도세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며 "하지만 조만간 연준의 금리 인하라는 촉매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오는 9월 금리 인하에 앞서 다음주 FOMC에서 (통화 완화가 임박했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주가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빔 자산관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모하나드 아마는 마켓워치에 투자자들이 다음주 FOMC 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메시지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증시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연준이 다음주 FOMC 때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지 않는다면 매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 수혜주 상승세, 몇 년 지속될 것
헤지펀드 나일스 투자관리의 설립자이자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댄 나일스는 이날 CNBC에 출연해 단기적으로는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수혜주의 하락세가 좀더 이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AI 수혜주가 "궁극적인 고점에 도달하기까지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AI 시대의 엔비디아처럼 닷컴 버블 시대에 인프라 장비를 판매했던 시스코 시스템즈가 닷컴 버블 수년간 총 4000% 폭등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가가 치솟는 가운데 3번의 끔찍한 하락을 겪었다며 AI 수혜주도 상승 여력이 남은 만큼 현재의 이 주가 조정기를 잘 견뎌야 한다고 밝혔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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