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가조사 필요” 이견에도…‘류희림 봐주기’ 내달린 권익위

강한들·김송이 기자 2024. 7. 2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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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4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사건을 조사해온 국민권익위원회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변명이 궁색하다”는 일부 위원들의 이견을 묵살하고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위원들은 되레 류 위원장의 가족·지인·친인척 등 민원을 접수한 사적 이해관계자들이 ‘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폈다.

경향신문이 25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민권익위원회 제13차 전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일부 권익위원들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거론하며 추가 조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권익위는 지난 8일 유철환 권익위원장, 정승윤·김태규·박종민 부위원장을 비롯해 상임·비상임 위원 등 14명이 참석한 전원위원회를 열어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48건을 심의·의결했다.

한 위원은 민원사주 의혹 안건에 관해 “가족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있는데,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게 가족관계증명서인데 (류 위원장이) 제출하지 않고 있고, 직원들 카카오톡 방에선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조사라도 필요하다”고 했다. 방심위 직원 A씨가 동료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 류 위원장에게 사적 이해관계자의 민원 제기 사실을 보고했고, 보고를 받은 류 위원장이 칭찬했다고 말한 내용을 말한다. 다른 위원은 “(류 위원장이) 국회에서는 권익위에서 조사 중이라면서 답변할 수 없다고 하고, 실상 권익위에서는 조사 협조를 안 하고 있다”며 “이 사건은 과태료 부과 등 처분권 또는 징계권이 있는 소관기관에 송부해야한다”고 말했다.

민원인들을 류 위원장의 사적 이해관계자로 인정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위원은 “권익위가 법원처럼 엄격한 증명을 요구할 필요는 없고, 상당한 소명이 있다면 아니라는 것을 반대 증거를 통해서 해소해야 한다”며 “가족이라고 충분히 추론할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보고서까지 작성이 됐는데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경험칙상 수긍이 안 된다” “권익위는 최대한 이해충돌방지 소관 업무를 관철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다수 위원들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보다 덮는 데 치중하는 모양새였다. “방심위 심의 구조상 류 위원장의 회피가 어려웠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한 위원은 “(안건이) 두 달에 걸쳐 올라왔고, 이 중 (사적 이해관계자의) 안건의 올라와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며 “사적 이해관계자의 안건이 아니면 회피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위원이 “100건의 민원 중 내 아들 민원이 1건 있더라도, 99명 민원이 있으니 회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자 이 위원은 “(각자가) 제기한 안건도 다르다”며 답을 피했다.

제13차 국민권익위원회 전원위원회 회의록 일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가족·지인·친인척 등 류 위원장의 사적 이해관계자들이 ‘공익신고자’라는 주장을 펴는 위원도 있었다. 한 위원은 “민원은 공익신고이고, (류 위원장의 사적 이해관계자들은) 공익신고자”라며 “방심위 직원이든 누구든 동생분이 제기했기 때문에 회피해야 한다고 하면 그 자체가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위원이 “공익신고자가 누구를 얘기하는 것인가. 방심위 직원인가, 아니면 민원제기했던 사람들인가”라고 확인차 묻자 “류 위원장의 가족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심의 내용이 언론에 나올 경우 기관의 권위가 실추될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위원은 “사실확인 부분이 지나치게 언론에 많이 노출된다”며 “사실관계는 노코멘트 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다른 위원은 “언론에 많이 노출돼 왜곡된 부분도 있는데, 권익위 권위가 실추될 것 같다”고 했다.

천준호 의원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과 마찬가지로, 류 위원장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권익위가 공공연히 정권의 방탄을 자처하는 낯 부끄러운 행태”라고 말했다.


☞ [단독]권익위, 류희림 ‘가족관계증명서’도 안 보고 ‘가족민원’ 의혹 조사 끝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725181501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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