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든 AI회의론… 고개 숙인 빅테크
'역대 실적' 하이닉스 8.87%↓
"AI 미래 궤적 확신 지나치다"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인공지능을 실제로 활용하는 업체부터 이를 설계·공급하는 엔비디아와 AMD, 반도체를 실제 생산하는 TSMC와 SK하이닉스 등 관련 산업 종목이 모두 약세를 보였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8.87% 내린 19만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구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대비 수익률 감소, 이로 인한 엔비디아 주가 하락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의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당장의 실적보다는 향후 AI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AI 산업은 구글과 MS 등 AI를 직접 활용하는 기업과 AI 관련 반도체를 설계 및 공급하는 엔비디아, AMD 등의 공급업체, 이를 실제로 생산하는 TSMC,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으로 구분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AI 열풍에 엔비디아와 구글 등의 주가가 급등한 뒤 업계 일각에서는 'AI 거품론'을 주장했다. MS와 구글의 AI 관련 투자 대비 수익이 없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보스턴칼리지 교수는 "AI 미래 궤적에 대해 확신이 지나치다"며 "몇년 전 가상화폐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거품이 붕괴된 것처럼, AI에 대한 과도한 확신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2년 후 현 상황을 되돌아보며 '정말 거품이었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존 노튼도 "AI 관련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을 제외하면 아직 AI로 돈을 버는 기업이 없어 투자자들이 생성형 AI가 돈을 쓰는 데는 탁월하지만 투자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거품이 터지기 전 이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번 구글 실적 발표 자료를 보면, 구글을 운영하는 알파벳이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상회하는 매출과 실적을 발표했지만, 자본 지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시장에서는 122억달러의 자본 지출을 예상했지만, 실제 지출은 이를 8% 상회하는 132억달러로 집계됐다. 구글은 이를 AI 투자가 예상보다 커진 영향이라고 발표했다.
시노버스 트러스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대니얼 모건은 "투자자들은 AI 에 투자한 수십억 달러에 대한 명확한 투자 수익률의 증거를 찾고 있다"며 "(구글이) 그(AI)로부터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고 있나. 실적 보고서를 보면 항상 그랬던 것처럼 구글은 광고와 검색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AI 회의론'은 구글과 엔비디아, SK하이닉스뿐 아니라 AI 관련 모든 종목의 주가를 내렸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일 대비 5% 넘게 내렸다.
당장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오를 수 있지만, AI 관련 최종 수요자인 MS나 구글, 아마존에서 가시화된 실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산업의 전반적인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과 SK하이닉스의 호실적 발표에도 주가 하락이 나타나자 증권가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을 기반으로 (주가가)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른 리스크가 부각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다만 연간 또는 내년까지 산업 자체에 대한 전망이 크게 훼손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 부장도 "AI 실적이 반영된 부분이 없으면 그동안 기대했던 부분들에 대한 실망 매물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도 "AI 회의론에 대해서는 과한 해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당장 꺾였다, 끝났다라고 보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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