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티몬·위메프 대란’ 긴급 현장점검…“미정산액 1700억원 규모”

조해영 기자 2024. 7. 2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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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뾰족수 없어 골머리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가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 상품을 환불받으려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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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 산하 전자상거래 업체인 티몬과 위메프의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사태가 다양한 업권과 소비자로 번지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은 피해 최소화를 강조하며 긴급 현장점검 등에 나섰다. 수년간 누적된 유동성 문제가 근원인 만큼 큐텐의 자금 조달을 유도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지만 큐텐 역시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큐텐의 최대주주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인 큐텐 산하의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에 여행 예약 금액 등을 환불받으려는 고객들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서 환불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5일 정부와 금융당국은 티몬·위메프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긴급회의를 열었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는 “업계 자구노력과 더불어 소비자 피해 예방과 판매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부처·기관 공동으로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상황과 동향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소비자 보호와 판매자 피해 확산 방지 노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에서 피해자들이 직원 면담을 요구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합동 조사반을 꾸려 티몬·위메프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주문을 취소한 소비자에게 환불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재화(상품)·서비스 공급을 계약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등을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전담팀을 꾸려 집단 분쟁조정 준비에 착수했다.

정부가 분주한 발걸음을 놀리고 있지만 예상 피해 규모와 같은 현황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낸 자료를 보면, 위메프는 이달 11일 기준 491개 판매자에게 369억원가량의 대금 정산을 지연했다. 하지만 11일 이후 상황에 대해선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미정산 금액 규모가) 1600억~1700억원 정도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그 숫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정확한 숫자는 점검해봐야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근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도 “(사태가) 언론에 노출되고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면 뱅크런처럼 움직일 여지가 있다”며 “소비자 규모나 거래 금액 등은 현장점검을 통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별관 사무실에서 공정위 조사관들이 위메프 본사가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한 조사를 하기 위해 도착해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사태 해결을 위해선 최대주주 큐텐이 티몬·위메프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큐텐 재무 상황 또한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큐텐은 티몬(2022년 9월), 인터파크커머스(2023년 4월), 위메프(2023년 5월) 등 전자상거래 업체를 차례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 지출이 불어나며 내실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 공시된 큐텐 재무제표를 보면, 큐텐은 2019~2021년 기간 누적 적자 규모가 약 4천억원에 이른다. 또 2021년에 이미 부채가 자본보다 많은 완전 자본잠식(자본총계 -3500억원) 상태라는 점도 확인된다. 큐텐이 2022년 이후 티몬을 시작으로 올해 2월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위시에 이르기까지 여러 회사를 사들이면서도 인수 대금 지급 방식을 현금이 아닌 지분 교환으로 한 것도 이런 재무 구조 때문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인 지마켓을 나스닥에 상장하고 2009년 미국 이베이에 5500억원에 매각하는 데 성공한 (큐텐의) 구영배 대표의 자신감과 무리한 욕심 탓에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다”며 “싱가포르 기반이라 국내에 공시 의무가 없는 큐텐에 대한 정보 부족 탓에 국내엔 인수 방식, 투자 규모 등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고 전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에서 피해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며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태 해결의 열쇠는 큐텐 최대주주(지분율 53.77%) 구영배씨가 들고 있다. 티몬·위메프의 재무 개선을 위한 큐텐의 자금 지원 결정을 이끌 수 있는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큐텐도 자금난이라면 구씨가 직접 티몬 등에 자금 대여를 하거나 큐텐에 대한 증자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큐텐 산하 전자상거래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에 “모기업(큐텐) 상황은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구영배 대표는 돈이 없는 게 아닐 것”이라며 “하루빨리 공식적인 입장과 함께 사재 출연을 해서라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조해영 안태호 이주빈 유선희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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