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센 강의 올림픽 개막

박재현 기자 2024. 7. 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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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열리는 제33회 파리 하계올림픽은 시작부터 새 기록을 남긴다. 최초로 경기장이 아닌 야외에서 개회식이 열린다.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퐁네프 다리, 에펠탑 등 파리의 명소를 지나는 6㎞ 구간을 세계 각국 6000명 선수단이 85척의 배를 타고 행진한다. ‘완전히 열린 대회(Games Wide Open)’를 표방한 올림픽답게 입장권을 사지 않아도 강가나 건물에서 개회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에펠탑 광장에서 비치발리볼 경기가, 베르사유궁전 정원에서 승마와 근대 5종 경기가 열린다고 하니 경기와 관광지를 함께 관람하는 일석이조 올림픽이 될 듯하다.

역대로 올림픽 개회식은 주최국의 문화적 역량을 집약해서 세계에 보여주는 무대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정선아리랑’과 ‘두껍아 두껍아 헌집줄게 새집다오’ 등 우리 노래와 가락이 울려퍼지고, 미디어아트와 첨단기술이 어우러진 개회식으로 호평받았다. 남북한 선수들은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며 올림픽에 평화의 메시지를 띄웠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도 나침반·종이·화약·인쇄술 등 중국 4대 발명품과 공자 사상을 보여주며 중국 문명을 뽐냈다.

그러나 자칫 선을 넘어 ‘국뽕 잔치’라는 비난을 초래하기도 했고 올림픽 개회식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나치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1936년 제11회 베를린 대회에서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올림피아 신전에서 채화한 불꽃을 메인스타디움에 화려하게 등장시키는 성화 봉송을 기획했다. 2002년 열린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WTC)에서 수습된 찢어진 성조기를 등장시켜 과도한 애국주의 발현이라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은 “올림픽은 이기는 것이 아니고 참가하는 것”이라며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화합을 강조했다. 올림픽의 정신은 평화다. 파리 올림픽은 유럽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가자 전쟁으로 무고한 희생이 계속되는 시간에 열린다.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열정이 박수받고, 평화로운 지구의 꿈을 되새기는 파리 올림픽이었으면 한다.

100년 만에 올림픽을 다시 개최하는 파리의 상징 에펠탑과 개회식의 주요 행사가 열릴 트로카데로 광장 일대가 불을 밝힌 채 전 세계에서 올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재현 논설위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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