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발 파산 도미노 현실화 하나···용산 전자상가서만 '수백억' 물려
거래대금 큰 전자제품 업체부터
여행사·식품사까지 업종 다양
파산 확산 되면 금융권도 위험
“신속 개입해 대책 마련해야”
티몬·위메프 사태에 따른 유통 업계의 파산 도미노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은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촉발한 판매자 정산 대금은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되지 못한 상황이라 향후 구제 조치가 어떻게 이뤄질지 불확실하다. 특히 거래 규모가 커 수십억 원이 물린 디지털·가전 업체들과 여행 업종을 중심으로 중소형 업체들 사이에서는 “곧 망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25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 사태로 대금을 받지 못해 피해를 호소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중소형 유통사들인데 대출을 받아 마련한 상품으로 플랫폼에 납품을 해왔다가 이번에 피해를 보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유통 업계의 피해 규모가 정확한 파악이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는 점이다.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그룹 e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셀러 업체는 약 6만 곳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중소 판매자다. 두 회사의 월간 거래액이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활성 셀러들 중 상당수가 거래 대금 전액 혹은 일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이날 “약 400억 원의 대금이 미지급됐다”고 밝혔지만 자사에 유리하게 집계된 숫자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심지어 티몬의 경우 류광진 대표가 두문불출한 가운데 미지급 정산 대금 규모도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이날 브리핑에서 약 1700억 원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추산치로 정확한 금액은 아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미정산 금액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정확한 규모는 검증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건당 거래 금액이 큰 전자제품 업체들 중 거액을 물린 회사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티몬·위메프는 대외적으로 e커머스 업체 회사 규모를 파악하는 지표가 되는 총거래액(GMV)을 키우기 위해 건당 금액이 비싼 전자제품 판매에 대한 각종 프로모션 행사를 많이 진행해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대금 입금이 힘들어지자 관련된 셀러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티몬·위메프에 카메라 장비 등을 주로 판매해온 서울의 한 전자제품 총판 업체 대표는 “정산받아야 할 카메라 장비 관련 판매 대금이 수십억 원에 달한다”며 “이 금액을 받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수일 내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특히 용산 전자상가에서 피해가 큰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파악된 곳만 세 곳으로 각각 20억 원에서 50억 원 사이의 거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러나지 않은 곳들도 합하면 피해 규모는 용산에서만 수백억 원에 달할 수 있다.
전자제품 업체 외에는 중소형 여행사들의 피해도 크다. 특히 대형 여행사들의 경우 이번에 피해를 보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중소형 여행사들은 정산을 받지 못하면 바로 파산할 수도 있다. 한 중소형 여행사 관계자는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로 문제가 없는 플랫폼에서도 여행 상품 거래 트래픽이 줄어들고 있다”며 “과거 이런 적이 없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셀러들이 특정 업종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티몬과 위메프가 모두 특정 물품군에 특화된 ‘버티컬 플랫폼’이 아니라 식품부터 의류·패션·뷰티·전자제품·여행 등 모든 상품을 판매하는 종합 e커머스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실제 식료품을 판매하는 셀러들도 피해 사례를 호소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쌀과 잡곡류를 판매해온 한 정미소 업체는 “5억 원이 넘는 정산 금액이 세 차례 입금이 밀리더니 결국 이번 사태가 터져버렸다”며 “우리가 파산하게 되면 상품을 실제 공급하는 농민들도 돈을 받지 못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중소상공인들의 파산이 금융권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도 있다. 티몬과 위메프에 물건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은행 대출을 받아 상품을 사들인 후 이를 플랫폼에 공급하고 대금을 받아 빚을 갚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금 입금이 지연되면서 금융권 대출 상환도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티몬·위메프의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서둘러 진화하지 않으면 소상공인부터 차례로 도산하면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며 “촌각을 다투는 일인 만큼 정부가 신속하게 개입해 대책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판매자들은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저마다 자구책 마련에도 나선 상황이다. 티몬·위메프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소송 준비에 들어간 곳도 있고 일부 판매자들은 집단소송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승소를 하더라도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받는다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려 당장 하루·이틀의 자금 융통이 중요한 판매 업체들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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