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수 결손·불평등’ 심화시킬 상속세 인하, 국회가 막아야
정부가 상속·증여세 인하 방안을 올해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켰다.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확정된 ‘2024년 세법개정안’을 보면 정부는 50%인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내년부터 40%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2000년 상속 최고세율을 45%에서 50%로 올린 뒤 24년 만의 개편이다. 상속세 자녀 공제 금액도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늘리기로 했다. 그동안의 물가 상승을 반영해 시민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세수 결손으로 비어가는 나라 곳간은 어떻게 하며, ‘부자 감세’로 더 벌어지는 사회의 빈부격차는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부안대로라면 향후 5년간 상속·증여세 감소액이 18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지방 이전 기업은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더라도 세금을 물리지 않거나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매출액 5000억원 미만 기업에 최대 600억원을 공제했는데, 대상을 자산 10조원 이하로 확대하고 공제한도도 1200억원으로 늘렸다. 수도권 집중 완화 효과가 기대되지만, 대기업 총수 일가를 위한 ‘맞춤식’ 특혜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는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20% 높여 세금을 부과하던 할증 평가도 폐지하기로 했다.
부모가 피땀 흘려 일군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다. 특히 불로소득에 붙는 상속·증여세는 사회의 부를 재분배해 양극화를 축소하는 선한 기능을 한다. 태어나자마자 엄청난 불평등이 발생하고, 그 불평등이 어떤 부모를 만났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커진다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세·법인세 감면 정책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이 불 보듯 뻔하다. 올해 5월까지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74조4000억원에 이르고, ‘낙수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경제 지표도 최악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미국·일본보다 낮은 1%대이고, 올해도 잘해야 2%대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성장률은 1분기보다 0.2% 뒷걸음쳤다. 지난해 폐업 신고한 자영업자가 98만6000명으로 통계작성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일도 않고 구직활동도 않는 대졸자가 올 상반기 405만명이다.
지금은 감세가 아니라 증세를 해야 한다. 재정을 확충하고 서민 복지를 확대해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 이날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모두 법 개정 사항이다. 국회가 정부의 무분별한 감세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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