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기의 외교포커스] 미중 진영대결과 지정학적 중간국
우리 국익에 최선책 아냐
'지정학적 중간국' 탈피를
하지만 이번 러북 밀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탄약과 포탄이 동이 난 러시아와 국제적 고립에 처한 북한의 단기적 이해가 맞은 '일시적 결탁'에 가깝다. 내구성을 가진 군사동맹으로 보기 어렵다. 또 '반미'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러북 밀착으로 중국은 오히려 북중러 연대에서 멀어지고 있다. 미중 경쟁구도에서 미국의 주의를 분산시켜 힘을 빼는 카드로 러시아와 북한을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하고 활용하려는 중국에 이들의 돌출적 행동은 전략적 이익이 아니라 부담이다.
현재의 미중 경쟁은 과거 냉전기 미소 진영대결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과 소련이 각자 독자적 경제블록으로 분리되어 대결하던 냉전기와 달리 현재 미중 양국은 무역, 투자 및 제조업 공급망 등을 통해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과거 소련의 전략은 서방진영과 외교적·경제적 연계를 차단·최소하고 독자적 경제권을 구축하여 서방과 체제경쟁을 하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세계 경제체제에 깊숙이 편입되어 복잡한 공급망과 네트워크로 얽혀 있는 중국의 전략은 글로벌 경제에서 파이를 더욱 키워 미국에 대적할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추는 것이다.
현재 미중전략 국면에서 종합 국력이 열세인 중국이 러북과 진영을 구축해서 얻을 이익은 거의 없다. 반미진영 구축으로 미국과 선명한 대립전선이 그어지면 중국의 전략적 입지는 커지기보다 오히려 더 축소된다. 미국과 서방이 더욱 강력한 무역제재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려 할 수도 있고, 현재는 북한의 위협만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반중 안보연대로 진화될 수도 있다.
다수의 국가들이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회색지대에 남아있는 것이 반미진영 구축보다 글로벌 질서의 현상변경을 지향하는 중국에 훨씬 더 유리하다. 아세안 국가들이 '지정학적 중간국'으로 행동하며 보인 애매모호한 태도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군사적으로 장악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이다. 한국도 중국에는 미중경쟁 구도에서 반드시 끌어당기거나 최소한 중립화시켜야 할 '지정학적 중간국'이다.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한 한국이 노골적인 친중국가가 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한미동맹의 틀 내에서라도 미중 간 등거리를 유지하도록 한국을 압박하거나 유도하는 것이 중국의 중요한 전략목표이다.
최근 인도의 외교적 행보를 보면, 미중 진영대결론을 근거로 미중 간 등거리 외교가 우리의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는 주장이 과연 우리의 국익과 전략적 활로를 위한 최선의 방책인지 의문이 든다. 인도 모디 총리는 이달 초 러시아를 방문, 푸틴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주적이 된 러시아와 끈끈한 연대를 과시했다. 단순한 이분법적 진영논리로 보면 쿼드(Quad) 등을 통해 미국과 전략적 협력을 대폭 심화하고 있는 인도의 이러한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남아시아에서 점차 세력확장을 하며 히말라야 국경까지 넘보고 있는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인도로서는 중국에 기우는 러시아를 견인하고 동시에 미국의 대중견제에 동참하는 것이 결코 모순된 전략이 아니다. 고도의 경제적 상호의존과 복잡한 산업공급망으로 얽혀 있는 미중 전략경쟁의 지정학적 단층선은 친중 대 친미의 이분법적 진영대결로 수렴되지 않는다. 우리의 국가정체성과 국익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중심에 놓고 외교적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 현실과 괴리된 진영대결론을 근거로 우리의 좌표를 미중 사이에 끼여 있는 '지정학적 중간국'으로 규정하며 전략적 상상력과 외교적 선택의 폭을 스스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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