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대학등록금의 정치경제학
이러한 맥락에서 2009년 반값등록금 논쟁 이후 동결된 대학등록금 현황을 분석하고 미래 방향을 분석하는 데 있어 정치경제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15년간의 동결로 인해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 및 산업 경쟁력도 훼손되고,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 투자 간에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은 자주 있었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왜 대학등록금 규제를 완화하려는 정책은 시도되지 못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 정치경제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투표권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를 요구하며, 이러한 요구를 잘 알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등록금 규제완화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면, 등록금 인상을 방치한 정부로 공격받아 표를 잃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정부는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시도를 다양한 수단으로 억제할 유인을 가진다. 야당도 득표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등록금 인상을 추진할 유인이 없다. 이러한 상태의 고착으로 인해 대학들은 유학생 등록금 인상과 대학원 등록금 인상이라는 꼼수로 재정 부족의 일부만을 보충하며 버티고 있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2028년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2024년 하반기와 2025년 상반기가 대학 등록금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다. 필자는 다음의 정책 조합이 이해관계자 간에 합의되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첫째로, 국가장학금 유형 2의 지원요건으로 설정된 등록금 동결 조건을 폐지해야 한다. 점진적으로 먼저 등록금 동결을 요건 방식에서 점수부여 방식으로 전환하고, 이후 등록금 인상률 자체를 국가장학금 유형 2 평가 항목에서 제외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장학금 유형 2를 평가배분 방식 대신 국가장학금 대학별 총액의 일정 비율을 교육비에 대한 간접비 형태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일부 대학들은 재정난으로 전략적으로 유형 2를 포기하고 등록금 인상을 선택하고 있는데, 2025년 이러한 이탈 대학 수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대학의 예상치 못한 등록금 인상은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 큰 피해가 될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필자는 정부가 모든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질서 있는 '탈등록금 동결' 정책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둘째로, 국가장학금을 통한 저소득층 등록금 부담 완화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현재 기초생활보장 가계와 차상위 가계 자녀에게만 등록금 전액이 지원되고 소득 1~3분위 가계 자녀에게는 학기당 285만원이라는 일정 금액이 지원된다. 가장 낮은 소득 3개 분위 가계 자녀에게 등록금 전액이 아닌 일정액이 지원되는 것은 예산 총액을 미리 확정하기 위한 행정편의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 현행 285만원은 등록금이 낮게 설정된 30%가량의 대학에서만 전액 지원에 해당하고, 많은 대학에서 등록금이 400만원을 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여 1~3분위 지원을 일정 액수에서 등록금 전액으로 개선해야 한다. 국가장학금 데이터를 분석해 상당히 정밀하게 추정할 수 있기에 필요한 예산 총액 산정도 걱정할 필요 없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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