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검법 또 폐기, 해병의 ‘억울한 죽음’ 규명이 이리 어려운가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 25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반대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지난 5월 21대 국회에 이어 두번째다. 젊은 장병이 순직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그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국민들은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집권여당은 언제까지 진실을 가리고,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할 셈인가.
특검법 재표결 결과 재석 299명에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였다. 출석 의원의 3분의 2인 199명에 5명이 부족해 최종 부결됐다. 108석 여당에서 3~4표의 이탈표가 나왔지만, 재표결에 앞서 특검법 반대 당론을 정한 것은 4·10 총선 참패 후에도 여전히 민심을 거역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여당이 특검 추천의 공정성·중립성을 문제 삼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다. 경찰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면죄부를 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외압 사건 수사는 대통령실 앞에 오래 서 있다. 의혹 규명을 위해선 특검밖에 없다는 국민이 다수인데, 여당이 특검법을 또 폐기시킨 것은 진실을 묻자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을 보완해 재발의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법원 등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 발의를 약속하고 당선됐다. 한 대표는 당선 후에도 “제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변화의 첫번째는 민심과 국민 눈높이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은 특검 추천권을 변협회장에게 주자고 한다. 여야가 각자의 특검법을 놓고 협의해 절충점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한 대표 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이 부결되면 제3자 특검 논의를 이어가는 게 맞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대표가 된 후 슬그머니 발 빼려는 심산이라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채 상병 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은 공익 제보와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새로 불거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도 특검법 수정안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특검법 실행이 중요한 만큼, 특검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다면 추천권에 유연성을 발휘하기 바란다. 한 대표는 ‘특검법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아닌 민심을 바라보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실 “김 여사, 다음 순방 동행 않기로”…이후 동행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
- 명태균 “청와대 가면 뒈진다고 했다”…김건희에게 대통령실 이전 조언 정황
- 김예지, 활동 중단 원인은 쏟아진 ‘악플’ 때문이었다
- 유승민 “역시 ‘상남자’···사과·쇄신 기대했는데 ‘자기 여자’ 비호 바빴다”
- [제주 어선침몰]생존자 “그물 들어올리다 배가 순식간에 넘어갔다”
- [트럼프 2기] 한국의 ‘4B’ 운동이 뭐기에···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관심 급증
- ‘프로포폴 불법 투여’ 강남 병원장 검찰 송치···아내도 ‘중독 사망’
- 서울대 외벽 탄 ‘장발장’···그는 12년간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다
- 주말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교통정보 미리 확인하세요”
- 조훈현·이창호도 나섰지만···‘세계 유일’ 바둑학과 폐지 수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