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정치신인 앞세워 … 마두로 저지 나선 철의 여인
우루티아 57%·마두로 14%
여론조사 야권연합이 압도
정치적 탄압 극복한 마차도
反독재 결집 일등공신 꼽혀
'마두로 3선 장기집권이냐, 야권연합의 정권 탈환이냐.'
오는 28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베네수엘라 정치 변동 상황에 국제사회가 숨죽이고 있다. 2012년 집권 후 베네수엘라를 극심한 빈곤 상태로 몰아넣은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62)이 최근 "내가 패배할 경우 나라가 피바다가 될 수 있다"며 협박성 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야권연합 후보가 우세를 보이며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2~28일 베네수엘라의 여론조사업체 ORC 컨설턴트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마두로의 지지율은 14%로, 57%를 기록한 야권연합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5)에게 40%포인트 이상 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야권연합 후보의 약진에 대해 25일 "베네수엘라의 '철의 여인'이 독재자를 위협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마두로에 대항하는 야권의 리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베네수엘라 전 국회의장(57)을 집중 조명했다. 마차도는 야권의 공식 대선 후보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후보로 통한다.
마차도는 마두로의 집권을 끝낼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였다. 당내 경선을 뚫고 대선 후보로 선출됐으나, 지난 1월 마두로 정권은 마차도의 피선거권을 15년 동안 박탈했다. 마차도가 마두로 정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지지했다는 등 이유에서였다.
당시 마차도는 반발했으나 측근들이 반정부 폭력 시위 계획 등 혐의로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자 투쟁을 멈추고 대안 후보를 내세웠다. 바로 70대 신인 정치인 우루티아다. 그는 20여 년 전 외교관을 하다 은퇴한 뒤 야권 정계에 있긴 했지만 비교적 평범한 시민으로 살고 있었다. 대선 후보는 우루티아에게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그는 지난 4월 야권 대선 후보로 지명된 이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하면서 "대선 후보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대통령이 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고 말했다.
우루티아를 앞세워 마두로 정권 종식을 준비하고 있는 마차도는 베네수엘라의 주요 철강기업인 시벤사(Sivensa) 오너 가문의 4명의 딸 중 장녀로 태어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기술자로서 훈련받은 뒤 시벤사에서 근무했다. 정치적으로는 베네수엘라 좌파 장기 집권의 틀을 닦은 우고 차베스가 집권하던 2002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권자 권리 보호 단체이자 반(反)차베스 단체인 '수마테'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다. NYT는 미국이 이때부터 마차도를 지지했다고 짚었다.
현지 언론과 평론가들은 마차도를 '철의 여인'이라고 부른다. 마차도가 자유 시장을 신뢰한 영국 보수의 아이콘 '마거릿 대처'를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은 점, 마차도의 희망적인 수사법과 결단력 있는 어조가 대처와 닮았다는 점 때문이다.
우루티아와 마차도의 결합은 베네수엘라 대선 판세를 흔들며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전문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옆집 할아버지' 같은 우루티아의 이미지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정직함과 포용으로 승화됐다.
영국 공영 BBC방송 스페인판은 현지 전문가를 인용해 "마차도가 핸들을 잡고 우루티아가 페달을 밟고 있다"고 묘사했다.
50년래 최악의 경제 상황은 '25년 좌파 정권'의 종말로 이어지고 있다. 마두로 집권 5년 차인 2018년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최고 6만5000%에 달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베네수엘라 인구의 약 30%인 770만명의 국민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해외로 탈출했다.
NYT는 "마차도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비평가들조차 마차도가 베네수엘라에 일으킨 물결(Movement)을 마두로의 멘토이자 베네수엘라의 25년 사회주의 프로젝트의 설립자인 차베스가 만든 변화 이후 가장 중요한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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