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큐텐에 1600억 물려 … 티메프發 피해 수천억대 우려
작년 인터파크커머스 인수대금
야놀자에 아직까지 지급 안해
큐텐 부도땐 담보주식 무용지물
식품·가구·가전 전방위 피해
삼성·LG 제품 총판도 당해
◆ 티몬사태 일파만파 ◆
티몬·위메프 정산금 미지급 사태의 여파가 수천억 원대 피해로 불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를 계열사로 거느린 큐텐그룹이 셀러(판매자)와 소비자에게 아직 정산을 해주지 않아 피해를 입힌 것에 더해 인터파크커머스 인수 대금을 아직 1600억원 넘게 지불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은 "티몬·위메프 미정산액이 최소 1700억원"이라고 밝혔다. 위메프 미정산액이 약 400억원, 티몬은 1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이날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위메프 정상화는 (미지급액) 1000억원이나 그 이상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는데, 큐텐그룹의 자체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야놀자에 지급해야 하는 주식 인수 대금 약 1700억원까지 합치면 큐텐그룹에서 비롯된 전체 피해액은 3400억원을 넘어선다.
큐텐은 지난해 4월 야놀자로부터 '인터파크커머스'(인터파크트리플의 쇼핑 및 도서 부문)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2023년 야놀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야놀자는 1871억원의 주식 매매 대금 중 16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아직 받지 못했다. 큐텐의 자금 지급력에 의문이 제기된 만큼 야놀자 내부적으로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야놀자는 큐텐에 인터파크커머스를 매각하면서 '큐익스프레스' 및 인터파크커머스 주식 일부를 담보(담보 설정 금액 2280억원)로 제공받은 바 있다. 만약 이번 사태가 큐텐의 부도로 이어지면 야놀자가 담보로 받은 주식 역시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직면한 악재에 야놀자는 내부적으로도 골치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피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티몬은 과거 전환사채(CB) 형태로 수천억 원을 조달한 바 있는데 이 중 최소 5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티몬에서 CB를 인수한 투자자는 대부분 기관에서 출자를 받아 펀드를 조성한다"며 "연기금 등 국민 재산과 관련된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큐텐그룹발 피해가 산업계 전방위로 확산하자 위메프는 이날 수습책을 공개했다. 류 대표는 "소비자 피해를 1~2일 내에 최우선으로 해결하고, 영세 소상공인 문제도 바로 대응할 것"이라며 "큐텐그룹 차원에서 자본을 확충해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몬도 일부 환불 건을 처리하긴 했으나 대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티몬으로부터 같은 결제 건을 2~3회 환불받으며 '환불 재테크'에 성공했다는 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일원화된 창구 없이 소비자의 환불 요구에 중구난방으로 대처하다 발생한 문제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티몬·위메프에 상품을 판매해 오던 기업들도 소비자와 관계사들의 불안을 진화하기 위해 나섰다.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동 위메프 사무실에서 구영배 큐텐 대표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가전제품 판매를 대행하는 총판 업체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등 가전 제조사의 실무 담당자들도 참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선수금을 받고 총판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서 직접적으로 손해를 본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제 피해를 본 총판 업체들의 지원 요청에 의해 회의에 함께 배석했다. 국내 침대 업계 1위 시몬스는 티몬에서 이미 소비자 결제가 끝난 취급액 4억원 상당의 제품 배송을 전격 마무리 짓겠다고 이날 밝혔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는 "회사가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소비자에게 불편을 전가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며 "소비자의 불편 및 불안감을 먼저 해소하고 이후 티몬과 문제를 해결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홍주 기자 / 고민서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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