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레아 눈빛 기억나”…살해된 딸 엄마, 법정서 눈물의 증언

정윤경 기자 2024. 7. 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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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라도 살리려고 했는데…양쪽 팔, 칼에 찔렸다”
범행 상황 녹음된 음성파일 틀자 방청석 ‘울음바다’
수의 차림에 고개 푹 숙인 김레아…법정서 침묵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그 어머니에게 중상을 입힌 김레아가 범행 후 맨발로 걸어나오고 있다. 사진 속 인물은 경찰이 공개한 김레아의 머그샷 ⓒJTBC 화면 캡처

"김레아가 한 손으로는 저를 칼로 찌르고 다른 손으로 딸의 머리채를 잡았어요. 딸한테 '내 것이 아니면 죽어야 돼'라고 했어요. 그때 김레아의 눈빛이랑 말소리를 다 기억해요."

이별을 통보하려 한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잔혹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레아(26·구속기소)의 재판에 당시 딸과 함께 있었던 어머니가 법정에 나와 끔찍했던 상황을 증언했다. 어머니 장은숙(46)씨 또한 김레아가 휘두른 흉기에 19차례 찔려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다.

장씨의 증언이 시작되자 방청석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대다수는 숨진 장씨의 딸 고(故) 윤지아(가명·사망 당시 21세)씨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다.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선 김레아는 앞에 놓인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김레아, 잠든 딸 나체사진 촬영해 유포하겠다 협박"

25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김레아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장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김레아가 딸과 자신에게 흉기를 휘두른 경위를 설명했다.

사건 발생 전날인 3월24일, 장씨는 딸의 온몸에서 새파랗게 든 멍 자국을 보게 됐다. 딸의 목부위에는 누군가로부터 목을 졸린 듯한 손자국도 있었다. 장씨가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라"고 다그치자 윤씨는 그제야 김레아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사실은 김레아가 전부터 때렸다고 했어요. 잘 때 나체사진을 찍어 친구들한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딸의 휴대폰을 부쉈다고도 들었어요."

이튿날 오전 6시경 장씨는 대학교 인근에서 딸과 김레아가 함께 자취하던 오피스텔을 찾아가 딸의 짐을 전부 뺐다. 그러고선 김레아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귀가하기만을 기다렸다. 딸의 나체사진을 유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서에 사인을 받을 생각이었다.

여자친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레아(26) ⓒ연합뉴스

그러나 모녀의 계획은 처참히 무너졌다. 집에 돌아온 김레아는 모녀를 오피스텔 안으로 들인 뒤 "앉아서 얘기하자"고 권했다. 딸의 상처를 본 장씨는 '우리 딸 몸에 난 멍 자국은 대체 어떻게 된 거냐' '휴대전화는 왜 망가뜨렸느냐'며 김레아를 다그쳤다. 그 뒤로 일어난 끔찍한 상황을 장씨는 어렵게 진술했다.

장씨는 "김레아가 일어나서 싱크대를 잡고 한숨을 푹 쉬었어요. 순식간에 칼을 쥐고 저를 찔렀어요. 딸한테 경찰을 부르라고 했어요. 김레아가 신고를 못하게 휴대폰을 발로 차버리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김레아는 한쪽 손으로 저를 찔렀고 다른 손으로 딸의 머리채를 잡았어요. 딸이라도 살리려고 김레아를 붙들자 딸을 향해서 '너 내 것 안되면 죽어야 돼'라고 말했어요. 그때 김레아의 눈빛이랑 말소리를 다 기억해요"라며 기억을 떠올렸다.

힘겹게 진술하던 장씨가 오열하며 몸을 떨었다. 방청석에서도 연신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재판부는 "물 좀 마시고 쉬었다 하자"며 "증언하실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숨을 가다듬은 장씨는 증언을 이어갔다. "순간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요. 문 여는 소리가 나서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양쪽 팔이 찔려서 문을 열 수가 없었어요. 할 수 있는 건 112에 신고하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리고선 기억이 없어요."

김레아의 끔찍한 범행은 장씨가 녹음한 음성 파일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딸의 사진을 유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녹음하기 위해 장씨가 음성 녹음기를 켜뒀기 때문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5분 분량의 음성 파일이 재생됐다. 재생되는 내내 김레아는 고개를 숙인 채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장씨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법정에서 꺼낸 이유를 드러냈다. "김레아는 제가 죽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진술한 걸 보니까 딸과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제가 쳐들어갔다고 했더라고요. 제가 깨어났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진술을 번복했어요. 김레아는 (교제했을 때부터) 거짓말을 일삼았어요. 김레아가 얼마나 딸을 가스라이팅 했고 거짓말을 자주 하는지 알리려고 이 자리에 나왔어요."

법원 로고 ⓒ연합뉴스

김레아 측 "범행 당일 게보린·소주 섞어마셔"

김레아 측은 이날 재판부에 사건 당일 김레아가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당시 여자친구가 집을 비웠다는 걸 알고 김레아가 게보린이랑 소주를 함께 마셨다"며 그가 충동조절이 불가능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앞서 김레아 측은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레아는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검사(KORAS-G)와 정신병질자 선별검사(PCL-R·사이코패스 성향 평가)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레아는 3월25일 오전 9시35분경 경기도 화성시 소재 오피스텔에서 장씨와 윤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윤씨를 살해하고 장씨에게는 최소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기소됐다.

검찰은 4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범행의 중대성과 잔인성 등을 고려해 김레아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인 머그샷(mug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홈페이지(www.spo.go.kr/suwon)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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