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피해자들 “믿고 기다려라? 머지포인트 때 어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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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에 가려고 1400만원을 결제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김아무개(66)씨는 25일 이른 아침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를 찾았다. 전날 온라인으로 환불신청을 했다는 김씨는 점심도 거른 채 온종일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만 기다렸다. “친구들과 가을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 3∼4월에 미리 결제했고 비행기 예약도 완료됐다. 그런데 전날 갑자기 여행사가 ‘여행을 예정대로 가려면 웃돈을 얹어서 재결제하라’고 했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영향이 본격화한 24일, 위메프와 티몬 본사를 찾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이들 소셜 커머스를 통해 여행 상품을 구매·예약한 이들이었다. 인천에서 왔다는 50대 여성은 “친구들과 곗돈 모아서 가는 인생 첫 해외 여행이다. 돈 받아야 돌아갈 수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경기 광명에서 위메프 본사를 찾은 이아무개(43)씨도 “이런 일이 있으면 무조건 달려가야 한다는 걸 머지포인트 사태 때 보고 깨달았다. 믿고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그때 (믿고 기다린 사람들이) 어떻게 됐느냐”고 말했다. “누군가 죽어야 이게 끝나나요? 직원들 어딨나요? 한 푼 두 푼도 아닌데!” 피해자들 외침이 건물 안팎을 메웠다.
“빨리 해결하고 정상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가 오후 3시반께 감독당국 조사를 받기 위해 떠나려 하자 수백명이 “막아야 한다”고 외치며 그를 둘러쌌다. 피해자들은 “오늘 내로 환불이 이뤄질 것”이라는 위메프 대표 설명에 “믿을 수 없다”며 맞섰다.
혼란은 위메프 쪽의 주먹구구식 대응 때문에 더 커졌다. 위메프는 전날 저녁 앞서 환불신청을 한 피해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환불신청 웹사이트 주소를 전송했다. 새벽 3시께 ‘현장에서 직접 환불 신청을 한 이들이 환불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피해자들이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사람이 몰리자 오전 10시30분께 위메프는 현장 접수를 중단하고 온라인 접수로 전환했다. 이후 드문드문 환불이 이뤄졌다. 일부가 환불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에선 “어떤 기준으로 환불해주는 거냐”, “왜 이렇게 뒤죽박죽이냐” 등 고성과 욕설이 넘쳐났다. 경기도 성남에서 올라온 박아무개(42)씨는 “환불 신청서를 온라인으로 접수한 지 12시간이 지났는데 나처럼 온라인으로 접수한 사람은 환불을 못받고 현장에서 접수한 사람들만 환불 받았다.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아예 본사 문을 걸어 잠근 티몬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피해자들 반응은 더 격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 앞에 모인 피해자 200여명은 “사장이라도 불러 달라”, “위메프 만큼이라도 해달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20명의 ‘선발대’를 꾸려 위메프 본사와 티몬이 속한 큐텐 그룹 본사 건물로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티몬 본사 앞에서 만난 조소현(29)씨는 “다음 달 20일 보홀로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가려고 했는데, 환불될 돈을 입금받을 계좌 등록도 안 돼 너무 답답해 일찍 나왔다”며 “돈은 돈대로 결제되고, 여행사에서는 자기들은 결제받은 게 없다며 ‘티몬과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티몬 피해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는 지하 1층에 진입해 회의실 앞을 점거했다. 회의실을 드나드는 조사관과 경찰을 향해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티몬 직원이 내부에 있는 것 아니냐”고 물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위메프와 티몬에 입점해 있던 중·소규모 판매자들도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갑갑함을 호소했다. 2019년부터 위메프에 입점해 애견사료를 판매했다는 김아무개(48)씨는 “당장 6월, 7월 결제대금 1200만원 받지 못할까봐 걱정돼 달려왔다”며 “4~5월부터 위메프가 상품에 쿠폰을 많이 붙여줘서 월 결제대금이 3배가량 늘어났는데, 이럴려고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씨 같은 판매자 50여명도 이날 새벽부터 삼성동 위메프 본사로 몰려가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항의했다. 전날에도 일부 판매자들이 티몬 본사로 찾아가 대금 정산을 요구하다 직원들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를 본 소비자와 판매자들은 단체 채팅방을 꾸려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이날 저녁 6시께 류화연 위메프 공동대표는 “현재까지 1300명 가량 환불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티몬은 공식적인 환불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취재 도움: 조영은 교육연수생)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조영은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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