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하이라이트 25초 만에 뚝딱...무인 AI 카메라가 촬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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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초. 이스라엘의 스포츠 영상 테크 기업 ‘WSC스포츠’의 인공지능(AI)이 유명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뛴 40분가량 농구 경기를 1분짜리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압축·편집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최근 찾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WSC스포츠 사무실. 이 회사 이타브 토파즈(Topaz) 전략 파트너십 부사장은 기자에게 “좋아하는 농구 선수 이름과 적절한 영상 길이를 말해보라”고 하더니, 주문에 맞춰 하이라이트 영상을 뚝딱 만들어 보인다. 영상은 덩크, 패스, 블록슛 등 동작별로 제작이 가능한 데다, 미리 설정만 해두면 새로운 경기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AI가 자동으로 관련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까지 해준다고 한다. AI가 영상 기획, 편집, 소셜미디어 관리 등 ‘1인 3역’을 하는 셈이다.
파리 올림픽을 맞아 나날이 진화하는 스포츠 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WEEKLY BIZ는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을 찾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이스라엘의 스포츠 테크 기업을 취재했다.
◇AI, 열광의 순간을 모아 뚝딱
AI·빅데이터 기술의 초고속 발전은 스포츠에서도 ‘스포츠 테크’란 새로운 시장의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카이퀘스트’에 따르면, 글로벌 스포츠 테크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3억달러(약 25조원)에서 2031년 794억달러로 4배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스포츠 영상 편집 분야에서 선도 업체로 꼽히는 WSC스포츠의 토파즈 부사장은 현장을 찾은 기자에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WSC스포츠)가 직접 개발한 AI는 방대한 학습량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열광할 최고의 순간을 포착합니다. 열광의 순간을 모아 도입부터 마무리까지 완벽한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드는 거죠. 그것뿐인가요. 시즌 시작에 앞서 ‘손흥민의 득점·어시스트’와 같은 조건만 설정해두면, AI가 자동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각 플랫폼에 업로드까지 해줍니다.”
2006년 설립된 WSC스포츠는 업계 최초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스포츠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스포츠 팬들이 경기를 TV가 아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짧은 영상으로 소비하는 트렌드가 확산하자, 미국프로농구(NBA), 유럽축구연맹(UEFA) 등 세계적인 스포츠 리그들과 계약을 맺으면서 몸집을 불려나갔다. 지난해 WSC스포츠의 AI는 총 640만개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편집해냈다.
WSC스포츠의 경쟁력은 압도적인 데이터를 학습한 AI의 정확도 높은 편집 기술이다. WSC스포츠 측은 “AI는 득점한 선수의 인기, 해설자가 말하는 속도나 목소리 크기에 따른 흥분도, 경기 상황 등에 따라 주요 경기 장면을 1~5점 사이로 점수를 매겨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고 소셜미디어별 특성에 맞춰 최적화된 영상까지 추천한다”고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한때 경기 영상 클립을 만들기 위해 70~80명의 영상 편집 인력을 일시적으로 고용하기도 했지만, WSC스포츠가 개발한 이 같은 편집 서비스를 이용하고 나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이 회사 설명이다.
◇숙련된 카메라맨도 위협하는 AI 중계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스라엘의 또 다른 스포츠 테크 기업 중 하나는 무인 AI 카메라로 스포츠 경기를 중계해주는 ‘픽셀롯(Pixellot)’이다. 픽셀롯의 AI 카메라는 촬영 중 자동으로 공을 추적하고, 경기 상황에 따라 줌인과 줌아웃 등 각종 촬영 기법을 알아서 구사한다. 최근 이스라엘 중부 도시 페타티크바의 픽셀롯 본사에서 만난 알론 웨버 픽셀롯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AI는 수많은 경기 영상을 학습한 끝에 숙련된 카메라 감독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렌즈 4개가 달린 AI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 16대와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2013년 설립된 픽셀롯은 이미 19개 이상의 스포츠 종목에서 매달 약 35만 시간의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웨버 대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 세계 스포츠 경기의 단 1%만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예산과 인력 등의 문제로 경기 기록을 만들기 어려웠던 중·고교 리그들에 국제 경기 수준의 영상물을 제공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더구나 픽셀롯의 AI 중계 서비스는 단순히 경기를 기록해두는 차원을 넘어 젊은 유망주 발굴, 경기 데이터 분석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픽셀롯 관계자는 “픽셀롯은 스포츠 종목별로 특화된 AI를 개발했을 뿐 아니라, 특정 선수가 경기 도중 몇㎞ 뛰었고, 평균 속력은 얼마나 되는지 등 다양한 경기 데이터까지 추출할 수 있다”며 “스포츠 리그들의 선수 발굴과 경기력 향상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올인원’ 서비스”라고 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에서 스포츠 테크에 뛰어든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이 분야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최대 스포츠 매체인 스포트(Sport)5도 이번 파리 올림픽부터 WSC스포츠의 AI를 활용해 경기 하이라이트 송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스라엘 외무부 혁신국가브랜딩 담당은 “이스라엘에는 WSC스포츠, 픽셀롯 등 업계 1위 기업들은 물론 선수별 데이터 분석, AI를 활용한 훈련 설계 등 다양한 스포츠 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첨단 기술력으로 스포츠의 전(全) 영역을 혁신해 관련 시장을 이끄는 게 이스라엘 스포츠 테크 기업들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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