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發 빅쇼크 … 韓반도체 검은 목요일

美M7 폭락 … 국내증시 영향은
하이닉스 주가 20만원선 붕괴
외국인 매도에 9% 곤두박질
삼성전자도 2% 가까이 하락
한미반도체 등 소부장 직격탄

'매그니피센트 세븐(웅장한 일곱)이 아니라 미저러블 세븐(비참한 일곱).'

미국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일곱 개의 테크 주식이 24일(현지시간) 폭락하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나스닥100지수가 2022년 이후 가장 큰 폭인 3.65% 폭락하면서 기술주 투자 심리가 크게 꺾였다. 여기에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5.41% 하락하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테크주보다 더 큰 급락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발표했지만 장중 19만원 선이 깨졌다. 이날 SK하이닉스는 8.87% 하락했다. 2022년 10월 28일 글로벌 증시 급락과 레고랜드 사태 때 7.33% 하락한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이날 미국 빅테크와 한국 반도체주가 급락한 원인은 구글의 콘퍼런스콜에서 나온 인공지능(AI) 수익화 지연 우려였다. 그동안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빅테크의 AI 투자 규모에 힘입어 실적 상승을 이어갔다. 그러나 구글이 AI 투자가 바로 수익 증가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시사하자 '피크아웃' 우려가 고개를 든 것이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메타가 AI 투자에 대한 비용 부담을 언급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15% 하락하고 다른 반도체주 급락을 이끈 것과 비슷한 패턴이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매출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앨릭 영 맵시그널스 수석 투자 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보상이 실현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며, 단기적으로 수익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주가가 6.8% 하락하며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있던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가 빠지기 시작했다. 한미반도체가 5.51% 하락했고, 이오테크닉스는 9.97% 내렸다. 이외에 주성엔지니어링이 8.06%, 리노공업이 4.01% 하락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삼성전자를 189억원어치 순매수하고 SK하이닉스를 7135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SK하이닉스의 하락폭이 더 커졌다. 삼성전자의 하락폭은 1.95%로 다른 HBM 관련주보다 작았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시장 참여자의 눈높이가 맞춰지는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면서 "현재 코스피 주가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0.98배로 1배를 하회해 밸류에이션 부담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미국 증시에선 테슬라가 12.33% 하락하면서 폭락을 이끌었고, 이어 브로드컴 7.59%, 엔비디아 6.8%, 메타 5.6%, 알파벳(구글) 5%, 마이크로소프트 3.59%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아마존과 애플도 각각 2.99%, 2.88% 하락하며 테크주 폭락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대형 기술주에서 소형주로 순환매가 이뤄지는 것도 테크주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지수는 이번주 0.5% 상승한 반면 나스닥100지수는 2.6% 하락했다.

[김제림 기자 /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