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치폴레가 시총 100조 기업이 된 이유

박용범 기자(life@mk.co.kr) 2024. 7. 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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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폴레는 텍사스식 멕시칸 음식을 파는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 체인이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시총 2위 기업인데, 이런 기업가치에 근접한 것이다.

최근에는 지분을 많이 낮췄지만 치폴레가 100조원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애크먼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치폴레가 멕시칸 음식이라는 비주류 메뉴를 기반으로 미국의 대표 외식업체로 성장한 것도 이런 미국적 포용성이 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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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초대형 외식기업 성공은
주주가치 제고 최우선시한
창업자 포용적 리더십 덕분
기업의 자산보다 주가 중시
인식 전환이 밸류업 핵심

치폴레는 텍사스식 멕시칸 음식을 파는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 체인이다.

손님이 고르는 샐러드, 고기류, 콩류, 치즈 등을 부리토에 싸주거나 샐러드 그릇에 담아주는데 가성비가 뛰어나다. 기자도 미국 근무 시절 10~12달러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애용했던 곳이다. 미국에만 33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멕시코 음식이지만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한 브랜드다.

건강한 음식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 급성장했다. 외식업계의 '패스트 캐주얼' 시대를 열었다. 특히 팬데믹 시절 배달 주문 시장 성장에 빠르게 대응해 제2의 성장 모멘텀을 마련했다.

이 회사의 올 2분기 실적이 24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치폴레의 2분기 매출은 29억7500만달러(약 4조1200억원), 영업이익은 5억8600만달러(약 8116억원)를 기록했다. 놀라운 것은 이 회사의 시가총액(기업가치)이다. 실적 발표일 기준 시총은 711억1200만달러로, 약 100조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이 회사의 매출보다 더 큰 영업이익(5조4685억원)을 달성했지만 시총은 140조원에 그친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시총 2위 기업인데, 이런 기업가치에 근접한 것이다.

왜 영업이익을 7배나 많이 내는 한국 기업은 미국 기업에 비해 기업가치가 1.4배에 그치고 있을까. 더군다나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시대에 가장 중요해진 반도체 분야 기업인데도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치폴레는 1993년 7월 스티브 엘스가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에서 창업했다. 성장의 꽃을 피우게 된 것은 이 분야의 경쟁자라고 볼 수 있는 맥도날드의 투자를 1998~2001년에 걸쳐 받았기 때문이다. 창업자인 엘스는 제왕적 오너로 군림하지 않았다. 2018년 또 다른 유명 외식 브랜드인 타코벨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브라이언 니콜을 CEO로 영입하며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다.

2006년 상장된 치폴레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리틀 워런 버핏'이라고 불리는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투자에 나서면서다. 애크먼은 치폴레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2016년부터 베팅해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지분을 많이 낮췄지만 치폴레가 100조원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애크먼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적(맥도날드)과의 동침도 했고, 까탈스러운 투자자의 코칭에도 응했고, 유능한 CEO가 있다면 창업자는 바통을 물려줬다.

이런 포용성이 더 많은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주주들을 만족시켜 기업가치 제고라는 선순환을 일으켰다. 치폴레가 멕시칸 음식이라는 비주류 메뉴를 기반으로 미국의 대표 외식업체로 성장한 것도 이런 미국적 포용성이 있기에 가능했다.

밸류업을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은 주주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뉴욕증시 상장 기업이 실적 발표 시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하게 내미는 성적표는 주당순이익(EPS)이다. 1주당 얼마의 순이익을 창출했는지가 기업의 핵심 가치라고 보는 것이다.

한국에선 여전히 매출과 같은 지표를 더 중시하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 순위는 수십 년째 자산 순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순위는 시총 순이다. 주식회사의 취지를 생각하면 주인인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시하는 것이 당연하다. 5대 그룹이지만 시총 순위로는 10위에도 들지 못하는 그룹도 있다. 이제 주주 중심으로 사고의 각도를 전환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박용범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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