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석달여만에 900원대 찍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100엔당 원화는 906.41원에 거래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엔화는 직접 거래되지 않지만, 기준 환율인 달러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계산해 재정(裁定)환율을 낸다. 이날 100엔당 원화 환율은 장중에 911.13엔까지 올라 지난 2월 1일(912.82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원·엔 환율이 올라(엔화 가치 상승) 9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오는 30일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일본의 집권 자민당 주요 인사 등이 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엔화 약세는 미국에 매우 불리하다”고 말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쳐 글로벌 시장에서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원화에 대해서도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이달 3일 달러당 161.69엔까지 올랐다가(엔화 가치 하락), 최근 엔화 강세 흐름에 25일엔 153.68엔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일 금리 격차 축소 기대
엔화가 강세 흐름으로 돌아선 것은 우선 일본의 통화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일본은 다음 주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결정정책회의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준 금리를 인상할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기대와 함께, 이번에 동결을 선택하더라도 추후 기준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를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 고용 지표 악화 등으로 9월 금리 인하설이 힘을 받고 있다. 일본은 금리 인상을, 미국은 금리 인하를 택하면서 금리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일 금리 정책의 변화가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환 시장에서 달러 매수, 엔화 매도 압력이 진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의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16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강달러와 엔화·위안화 약세는 미국에 매우 불리한 것”이라고 엔화를 콕 집어 언급했다. 이 때문에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세력들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도 엔화 흐름을 바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당국이 지난 11일 3조엔(약 26조86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외환 시장에 투입한 데 이어 12일엔 2조엔 정도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환차익 노린 투자는 신중
다만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당장 빠르게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때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1130원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엔화 예금 등에 투자한다면, 현재 일본 기준 금리가 연 0.1%로 매우 낮은 상황에서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엔화가 원화보다 빠르게 오르는 환차익을 기대해야 한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은 “이미 작년 여름부터 엔홧값이 떨어져서 많은 사람이 투자를 시작했는데 1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빨라도 내년, 후년까지는 시간을 길게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 엔화가 안전 자산이라는 부분으로 접근하면 원화가 떨어졌을 때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들이 그간 지지부진했던 것에서 벗어나 수익률이 반등하고 있다. 이는 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 투자 이익과 함께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효과를 모두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 30년 국채 엔화 노출(합성 H)은 연초 대비 수익률은 -11.39%지만,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5.63%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 30년 국채엔화노출액티브(H)도 연초 대비 수익률 -4.43%에서, 최근 3개월간 3.86%로 반등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통화로 표시된 자산에 투자할 때는 분산 투자 효과를 봐야 한다”며 “엔화로 표시된 자산, 달러로 표시된 자산을 다 갖고 분산 투자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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