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임용자격 경력 7년으로 늘리면 재판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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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제자로 나선 배용준 서울고법 판사는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인 10년 이상 법조경력 요건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그 이유 중 하나로 '재판 지연의 심화'를 들었다.
그는 "한국 법관이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보면 기록·법리 검토, 자료 조사·정리 등을 비롯해 판결서 작성까지 전적으로 법관이 혼자 수행한다"며 "7년 이상 법조경력자는 직접 서면 작성 업무 등을 수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임용 후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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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5년→7년 늘어나
2029년부턴 경력 10년 필요
법관인력 부족 현실 고려땐
오히려 경력요건 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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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처리한 민사합의 사건의 평균 기록 면수다. 2014년 245.8페이지에서 2019년 658.2페이지로 증가한 평균 기록 면수는 5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합의부 재판의 업무량과 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문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재판을 감당할 인력이다. 법관 임용에 필요한 법조경력 기준이 내년부터 7년으로 높아지면 배석판사 충원에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배석판사는 합의부 재판에서 막대한 분량의 기록을 검토하고 치밀한 판결문을 써내는 역할을 맡는다. 법관 부족 현상이 예상되면서 법조경력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25일 국회에서는 김승원·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바람직한 법관 임용자격 개선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법조일원화 제도 아래 우리나라 재판 현실에 맞는 법관 임용 방식을 고민하기 위해서다.
법조일원화는 법조경력자 중에서 판사를 선발하는 제도다. 판사로 선발되기 위한 법조경력은 현재 5년에서 내년부터 7년 이상으로 바뀌고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이 된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배용준 서울고법 판사는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인 10년 이상 법조경력 요건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그 이유 중 하나로 '재판 지연의 심화'를 들었다.
그는 "한국 법관이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보면 기록·법리 검토, 자료 조사·정리 등을 비롯해 판결서 작성까지 전적으로 법관이 혼자 수행한다"며 "7년 이상 법조경력자는 직접 서면 작성 업무 등을 수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임용 후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법조경력 기준이 상향되면 법관의 고령화를 불러 사건 처리에서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임 법관 평균 연령은 2021년 33.9세에서 2022년 34.9세, 2023년 35.4세로 높아지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낮은 법관의 보수도 거론됐다. 이날 토론 자료에 따르면 관련 법령에 따른 법조경력 5년, 10년의 신임 법관 보수는 각각 7300만원, 9200만원으로 추산됐다. 같은 나이대 로펌 변호사들이 월급을 깎아가며 고된 배석판사 업무를 감내할 유인이 낮다는 것이다.
배 판사는 "현재 법관 보수로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법조경력자를 유치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장도 "한국은 재판의 질이 법관의 역량과 성실성에 달려 있다"며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는 법관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륙법 체계를 선택한 우리나라의 재판 제도가 영미법계 방식인 법조일원화 제도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조경력 요건이 높아지면 훈련된 판사가 직접 사실 인정과 법률 적용을 하고 판결문도 쓰는 현재 재판 방식을 지속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한애라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기존 재판 제도는 일찍 선발된 우수한 인력이 장기간의 도제식 수련을 거쳐 많은 사건을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며 "법조경력 요건의 단계적 상향을 고수한다면 이러한 시스템이 더는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관의 관료화를 막고 사법 신뢰를 도모한다는 법조일원화의 입법 취지를 잊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법조일원화의) 동력은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체제가 낳은 뿌리 깊은 사법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당위였다"고 짚었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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