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비디오 게임에 담긴 복잡한 역사...영화 ‘테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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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베어드 감독의 2023년 영화 ‘테트리스(Tetris)’는 이 게임의 개발과 판권을 둘러싼 국제적 경쟁을 실화에 기반해 그린 작품입니다.
테트리스는 옛 소련의 컴퓨터 과학자 알렉세이 파즈노프(배우 니키타 예프레모프)가 1980년대 중반 개발했습니다. 당시 소련은 기술이 낙후해 국책 연구소 컴퓨터조차 그래픽 처리를 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파즈노프는 이런 환경에 맞춰 단순한 도형과 최소한의 로직으로 매우 원시적인 게임을 만들었지만 그 중독성은 대단했습니다. 플로피 디스크를 통해 순식간에 소련 내 모든 컴퓨터로 퍼졌습니다. 이듬해엔 헝가리와 폴란드로 확산됐고, 이곳에서 영국의 게임 수입업자 로버트 스타인의 눈에 띄었습니다. 그는 소련의 국영 수출입 기업 엘로그를 설득해 테트리스 판권을 확보한 후 영국의 거대 미디어 제국인 미러 그룹에 판매합니다. 미러 그룹 창업자 로버트 맥스웰은 미러 데일리 등 여섯 개 신문사와 맥밀런 등 굴지의 출판사를 소유한 기업인이지만 부패한 인물입니다. 행크 로저스(배우 태런 에저튼)는 1988년 라스베이거스 CES에 참석해 우연히 테트리스를 접하고 미러로부터 일본 판권을 확보한 후 닌텐도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맥스웰은 닌텐도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경쟁사인 세가와 아타리에 더 비싼 값에 넘기려고 합니다. 여러 차레 맥스웰에게 배신을 당한 로저스는 미러 그룹이 가진 엘로그와의 계약서가 엉성한 팩스 문서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는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모스크바 엘로그로 직접 찾아갑니다. 테트리스 판권을 두고 모스크바에선 난리가 벌어집니다. 파즈노프가 “정작 개발자인 자신은 아무런 이익을 볼 수 없다”고 한탄하자, 로저스는 “그건 범죄”라며 바로잡아주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파즈노트는 “그건 범죄가 아니라 공산주의”라며 한숨을 내쉽니다.
우여곡절 끝에 로저스가 판권을 확보하고 테트리스는 닌텐도 게임보이에 장착돼 수퍼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로저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같이 테트리스 주식회사를 설립해 파즈노프를 막대한 부자로 만들어줍니다. 작은 비디오 게임에 담긴 복잡한 역사를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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