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은 일부 소비자만… 셀러·소상공인 줄도산 위기
플랫폼 입점 대부분 중소판매자
대금 늦을땐 폐업 수순 밟아야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인해 소상공인 판매자(셀러)들이 자금 경색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그룹 계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6만 곳 중 상당수가 중소 판매자로, 이들 대부분 자금사정이 열악해 판매대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곳들이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고객이 가장 급하게 원하시는 환불을 완수하려고 한다"며 "고객 환불부터 집중한 뒤 소상공인·영세상인 등 판매대금 지급 문제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위메프 본사 사무실에서 700명 넘는 고객이 환불을 마쳤고, 고객들은 4∼6시간 대기한 뒤 환불받고 있다.
류 대표는 판매자 대금과 소비자 환불 자금 마련에 대해 "큐텐 그룹사 차원에서 다 같이 대응하고 있다"며 "지난주까지 위메프 정산 지연금은 400억원이고, 티몬과 위메프 전체 피해 규모는 모른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위메프와 티몬에서 보고한 미정산 금액은 1600억~17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소상공인 판매자들이 자금난으로 줄도산 할 경우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두 회사는 고객(구매자)에게서 돈을 받아 일정 기간 보관하고 있다가 구매확정 등의 시일이 경과하면 판매자들에게 돈을 보내준다.
이 과정이 마비되면서 소상공인들이 거액의 판매대금이 물린 상태다. 물린 돈은 판매자에 따라 이달에만 최소 2000만원에서 많게는 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상공인은 "입점사 중엔 지방의 작은 식당, 미용업소 등이 많은데, 얼마 전까지만해도 결제가 됐으니 엄청 많은 판매자들과 소비자들이 묶여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소상공인은 "몇 천만원씩 묶여있는 셀러들한테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조차 없다"면서 "정부에서 나서서 기업 재산을 압류를 하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원성도 빗발치고 있다. 특히 휴가철에 이 같은 사태가 터지면서 여행상품 관련 소비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타 플랫폼보다 저렴하게 판매해서 티몬에서 여행상품을 사서 220만원이 물렸다"는 소비자의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티몬 이용자는 "펜션 예약을 했는데, 업주한테 연락이 없다. 되는 건지 마는 건지 모르겠다"며 답답합을 토로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달 큐텐그룹 산하 3개 쇼핑몰 관련 상담 건수는 2391개로 집계됐다. 소비자 상담 접수는 위메프에 이어 티몬으로 정산·환불 지연 사태가 번지면서 급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예견된 문제를 정부가 수십년간 방치해 온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20년전 1세대 인터넷쇼핑몰에서도 불거졌던 대금 정산 지연 문제가 현재까지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20년 전, 한솔CSN의 인터넷쇼핑몰 사업부인 '한솔CS클럽'에서 대금 정산 지연 문제가 발생했을 때와 지금 티몬·위메프 사태를 보면 전개되는 양상이 비슷하다"면서 "당시 한솔CS클럽에서 패션 잡화를 판매했었는데, 대금지급이 자꾸 미뤄지더니 결국 정산 받아야 할 돈의 10% 미만밖에 못준다는 통보를 받았었다.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당시 일을 떠올렸다.
이어 "문어발식 사업확장, 경영구조 악화로 결국 입점사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황이 너무 비슷하고, 이러한 지경에 이르기까지 통제할 장치가 그때나 지금이나 부재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한솔CS클럽은 적자폭 확대, 직원이탈, 부족한 자금여력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2004년 개인사모펀드 에이스홀딩스에 20억 2000만원에 인수됐다.
차 본부장은 또 "근본적 해결 없이 과거에 터진 문제가 현재에도 또 터진 것인데, 이대로라면 이 문제는 미래에도 터질 수밖에 없다"면서 "특별감사를 실시해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산 시스템 등을 포함해, 자부담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 그걸 입점사들에게 떠넘기는 플랫폼의 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입점사, 이용자들이 재무구조에 따른 정산금 지연 가능성을 미리 포착해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차 본부장은 조언했다.
그는 "입점업체가 많은 플랫폼들은 매출 규모가 작더라도, 재무구조 건전성 여부를 이용자, 입점사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경영감시를 할 수 있는 관리감독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판매자들이 못 받은 돈을 회수할 수 있는 보완장치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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