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지라고?”…추경호 ‘법안마다 필리버스터’ 제안에 與 이견 분출

구민주·이원석 기자 2024. 7. 25.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추경호, 野 주도 ‘방송4법’ 등에 ‘무제한 토론’ 대응 예고
번번이 ‘강제 중단’ 불가피…“무슨 효과?” “그래도 해야” 분분

(시사저널=구민주·이원석 기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야당이 주도하는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선언하자 "법안 하나하나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여당 내에서 이에 대한 실효성 의문과 '역효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장이 결국 민주당 입법 폭주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며 "민주당의, 민주당을 위한, 민주당에 의한 일방적 의사진행"이라고 강하게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오늘 방송장악 4법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을 위한 입법 폭주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법안 하나하나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해 그 부당성을 국민께 알리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야당의 강제종료를 감안해 방송 4법 법안 1개당 24시간씩 최소 4박5일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與 내부서도 "싸움 못 하는 무기력한 집권여당 이미지만 쌓여" 우려

추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방침에 대해 여당 내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취재 결과 일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필리버스터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한 의원이 "어차피 24시간마다 종결 표결하면 더불어민주당은 매일 승리의 날이 될 것 아닌가"라며 "반대로 우린 매일 패배의 날이 될 것"이라고 공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원은 이후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야당이 규정에 따라 중단시키는 거니까 현실적으로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면서도 "(연속 필리버스터 대응보다는) 어떤 핵심 쟁점 법안에 대해 필요할 때 하루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속 (필리버스터를) 하면 당연히 정치적 효과도 떨어지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 역시 "추 원내대표의 방침에 내부적으로 이견이 좀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지도부에서 의원 개개인의 의견들을 좀 더 청취하고 신중하게 대응 방법을 정하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야당이 폭주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두고 우리 당내서 충돌하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적절치 않다"며 "지도부가 결정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도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동훈 당 대표 체제가 변화의 기대를 안고 갓 출범한 지금,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충돌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대중에게 실망감을 안길 것이란 우려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필리버스터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지지층 결집, 당 내부 결집, 그리고 언론 노출 효과"라며 "그런데 지금 필리버스터 정국을 형성하는 게 과연 TPO(Time‧Place‧Occasion, 시의성)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필리버스터가 반복되면 국민적 관심도는 갈수록 떨어질 것이고, 내부 의원들의 동요도 점점 커질 것"이라며 "지지층에서도 거야(巨野)의 폭주를 비난하기보다는 실효성 있는 싸움을 못하는 우리 당을 비판할 것이다. 지도부엔 '무기력'한 이미지만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에게 무제한토론을 종료할 것을 요청하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차피 질 것 같으니 몰수패 하자?" 찬성 여론도

한편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대 야당에 의해 '중단' 되더라도 필립버스터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경남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필리버스터를 하든 안 하든 야당이 다수 의석으로 밀어 붙이는 건 똑같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실효성이 없다고 포기하는 게 옳은가"라며 "최소한 주요 법안에 있어선 필리버스터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실 관계자도 "(필리버스터 회의론은) 어차피 질 것 같으니 '몰수패'하자는 논리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은 결말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그 안에서 몸부림치며 어떻게든 변주를 만들어내려고 하는데 우리 당은 너무 나이브(안일)한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 오를 '방송 4법'에 대비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언론인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필리버스터에 나설 명단을 일찌감치 추렸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이후 토론을 종결하고 법안을 하나씩 상정해 처리하는 '중단 카드'로 맞대응할 계획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채상병 특검법'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필리버스터에 돌입한 바 있다. 그러자 민주당은 24시간이 지난 직후 '토론 종결권'을 활용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 법안을 통과시켰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