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 쏟아진 축구, 얼굴엔 '레이저 공격'…이스라엘 올림픽 대표단 수모
하마스와 휴전하라는 국제사회 규탄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공격을 진행 중인 이스라엘이 파리올림픽(공식 개막은 26일)에서도 눈총을 맞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첫 국가대표 경기를 치른 이스라엘 선수들은 야유와 '레이저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 국가대표팀 참가는 불허하고 이스라엘 팀 참가는 허용하는 것은 이중잣대 아니냐는 논란도 계속된다.
이스라엘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날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서아프리카 말리와 경기를 치렀다. 이스라엘 대표단이 파리올림픽에서 치르는 첫 경기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관중 간 대규모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경기 시작 전 이스라엘 국가가 연주될 때 일부 관중이 야유하거나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드는 등 돌출 행동을 보였다. 일부 관중은 이스라엘 선수 얼굴을 향해 레이저를 쏘기도 했다. 결국 이스라엘 관중들 일부가 들고일어나 한때 언쟁이 벌어지긴 했지만, 현장 요원들이 제지에 나서 큰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날 경기장 주변에는 프랑스 경찰 1000명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 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전날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란 후원 무장세력, 이슬람 테러단체가 올림픽 기간 이스라엘인이나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기획하고 있다"면서 파리 내 자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스라엘 NSC는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자발적으로 추종하는 것으로 보이는 10대들이 모종의 범행을 계획하다 프랑스 당국에 체포됐다고도 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선수들이 일주일 전부터 이메일과 휴대폰을 통해 테러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민방위기구'라는 이름의 단체가 이스라엘 선수 15명에게 메시지를 보내 "1972년 뮌헨 올림픽 사건을 다시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1972년 서독 뮌헨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 11명이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에 살해 당한 사건을 파리에서 재현하겠다는 것. 이스라엘은 문제의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면서 실제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 선수들을 대표단 자격으로 파리올림픽에 참가시키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올림픽 휴전'을 준수하지 않고 있기 때문. 올림픽 휴전은 기원전 9세기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엘리스, 피사, 스파르타 3개국 휴전 협정에서 시작됐다. 올림픽 기간만큼은 전쟁을 멈추고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하자는 취지였다. 올림픽 휴전은 1993년 유엔(국제연합) 총회를 계기로 부활했고, 이후 유엔은 동·하계 올림픽 개최 시기에 맞춰 2년에 한 번씩 총회에서 휴전 결의를 채택해왔다. 지난해 유엔 총회는 파리올림픽 개막 일주일 전, 패럴림픽 폐막 일주일 후까지 올림픽 휴전을 준수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러시아를 지지하는 벨라루스 선수들에 대해 개인 자격 참석만 허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지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 IOC 측이 개별로 초대장을 발송했다. 다만 이들은 26일 세느 강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참석할 수 없다.
반면 이스라엘 선수들은 개막식 참석은 물론 국가대표 자격으로 파리올림픽 경기에 계속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르몽드에 따르면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도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며, 프랑스 특수경찰부대 GIGN이 경호를 맡는다. 이를 두고 국제인권단체 페어스퀘어 니콜라스 맥기헌 국장은 "러시아, 이스라엘 선수들에 대해 이중잣대를 적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급진 좌파 정당 라 프랑스 앵수미즈(LFI) 소속 토마스 포르테스 하원의원은 주말 현지에서 열린 친(親)팔레스타인 집회에서 "이스라엘 선수단은 파리올림픽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3일 라디오프랑스 인터뷰에서 "그들은 환영받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선수단을 두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스라엘 대표단 참석 여부는) IOC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스포츠를 정치 소재로 삼지 않겠다"고 했다.
올림픽 기간 프랑스는 매일 경찰 3만5000명을 배치한다. 26일 개막식에는 4만5000명이 배치된다. AP통신에 따르면 드론, 전투기, 저격수를 태운 헬기 등이 동원될 계획이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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