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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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상증세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차제에 상증세법 개정과 관련된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 승계 이슈'도 함께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의 상속세·증여세 회피를 막기 위한 여러 장치도 마련돼 있다.
현행 상증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원칙적으로 특정 기업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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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상증세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차제에 상증세법 개정과 관련된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 승계 이슈'도 함께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현 제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공익법인에 재산을 출연할 경우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는 공익법인이 수행하는 자선 등의 기능이 사실상 국가의 복지 기능을 대신한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그러나 동시에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의 상속세·증여세 회피를 막기 위한 여러 장치도 마련돼 있다. 현행 상증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원칙적으로 특정 기업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기부문화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수원교차로 창업주가 보유 주식의 90%를 장학재단에 출연했는데, 2008년 과세당국이 재단 세무조사를 벌인 뒤 "재단에 대한 주식 기부는 무상 증여"라는 이유로 재단에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재단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7년간의 긴 법정 공방 끝에 2017년 대법원은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의 영향으로 국회는 상증세법을 개정해 성실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한도를 20%로 상향 조정하는 법률 개정을 했지만 이러한 정도의 개선책으로는 수원교차로 사건과 같은 독지가의 통 큰 기부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익법인을 이용한 재벌 기업들의 우회적 기업 지배나 조세 회피를 우려하며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상향 조정을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 제도는 어떨까.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대체로 우리나라보다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가 완화돼 있다.
특히 덴마크와 스웨덴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국가는 '기업재단'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통해 기업의 장기 존속과 공익 기여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기업재단은 기업의 지배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재단에 출연하고, 이 재단이 기업의 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의 상당 부분을 공익 목적에 사용하는 구조다.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 칼스버그 등의 기업들과 스웨덴의 발렌베리재단 등은 기업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안정적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을 하면서도, 동시에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과 사회 공헌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 승계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기업의 장기 생존과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주식 보유 제한은 너무 엄격해 선의의 기부마저 가로막고 있으므로 이를 완화하되 대신 공익법인의 운영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덴마크나 스웨덴의 기업재단 같은 새로운 형태의 공익법인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장기 존속과 공익 기여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 승계 문제는 찬반 양론이 아닌 우리의 현실에 맞으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섬세하게 해결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경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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