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뜨면 된다? 그건 착각...반찬 하나도 수십번씩 연구하죠”

채제우 기자 2024. 7. 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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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사장의 맛] 초반 식당 마케팅 약발 오래 안 가...차별화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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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성동구 양꼬치 전문점 '양복점' 성수점에서 송요섭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전기병 기자

맞춤형 정장을 파는 양복점(洋服店)이냐고? 아니다. 이름도 심상찮은 ‘양복점(羊福店)’은, 맞춤형 정장처럼 손님 입맛에 딱 맞는 양고기로 복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는 숯불 양고기 전문점이다. 저녁 장사만 한다는 이곳은 지점(직영점 3곳, 가맹점 7곳)마다 이른 저녁부터 ‘복(福)’을 맛보겠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다. 지난해 5월 기존에 운영하던 양고기 집을 리브랜딩해 탄생했는데, 테이블 10개 남짓한 용산 직영점의 경우 월 평균 매출이 7000만~8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음식점의 전략은 차별화. 음식점 이름만 독특한 게 아니라, 석탄처럼 새까만 ‘블랙 꿔바로우’에, 옥수수 국수 ‘옥면’ 등 여타 양꼬치 음식점에서 찾기 어려운 독특한 메뉴로 무장했다. WEEKLY BIZ는 지난 9일 양복점 성수점에서 송요섭(40) 양복점 대표를 만나 장사 비법을 물었다.

◇나만의 개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라

-여러 외식 메뉴 중 양꼬치 집을 낸 이유는 뭔가

“한국 사람들은 고깃집하면 흔히 소고기 아니면 돼지고기를 떠올린다. 이런 ‘레드오션’ 시장에선 차별화가 어렵다고 봤다. 양고기는 생소하긴 하지만, 중국인 입맛에 맞춘 메뉴 그대로 파는 곳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양고기 메뉴를 만들어 팔면 승산이 있겠다고 봤다.”

-차별화 전략은 뭐였나

“양꼬치하면 흔히 손톱만 한 작은 고기에 씹으면 누린내 올라오는 고기라 생각하는 사람이 적잖다. 그래서 양고기 집을 가면 양고기 특유의 잡내를 덜 느끼려 쯔란 등 강한 향신료를 곁들여 먹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양복점은 잡내를 잡고, 식감을 부드럽게 한 두툼한 양고기로 차별화했다. 우리 양고기는 신선한 원육에 특허받은 연육법을 사용해 소금만 찍어 먹어도 충분히 맛있다. 특히 대표 메뉴인 ‘양복점 꽃갈비’는 생후 6개월 미만의 양을 48시간 저온 숙성시켜, 한 입 먹는 순간 풍부한 육즙과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독특한 사이드 메뉴도 많은데

“가장 잘나가는 블랙 꿔바로우는 석탄처럼 새까만 생김새부터 눈길을 끌지만, 겉모습보다 ‘겉바속촉’이란 식감을 극대화했다는 게 핵심이다. 다양한 반죽과 기름 온도를 실험해본 끝에 바삭한 튀김과 속재료의 쫀득한 식감을 살려냈다. 소스도 달콤함에 매콤·새콤함을 더해 특색을 줬다. 모든 메뉴는 직접 재료의 배합, 볶는 순서, 조리 온도 등을 수십 번씩 실험해 완성했다. 나만의 개성 있는 식당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가게 이름부터 반찬까지 모든 것을 차별화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조만간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신메뉴 ‘중화덮밥’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양꼬치 전문점 '양복점' 성수점에서 송요섭 대표가 양꼬치와 블랙 꿔바로우를 들고 있다./전기병 기자

◇ “돈 주고 만든 리뷰·댓글은 오래 못 간다”

-양복점의 마케팅 비법은

“음식점 차리고 마케팅 업체까지 동원해 소셜미디어 홍보부터 프로모션·이벤트 진행 등 온갖 작전을 쓰시는 분들 많다. 나도 장사 10년 동안 와인바, 포차, 퓨전 한식당 등 다양한 식당을 운영하면서 온갖 방법을 다 써봤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홍보 잘해 ‘한 번만 뜨면 된다’는 건 착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마케팅 업체도 첫 몇 개월은 신경 써주는 듯하지만, 나만의 경쟁력이 없으면 돈으로 산 리뷰와 댓글은 쉽게 잊히더라.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차별화된 콘셉트, 메뉴가 먼저다.”

-요리를 전공했나?

“학교 다닐 땐 요리와 거리가 멀었다. 영남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첫 사회생활도 미국 국방부 소속 군무원으로 용산에 있는 미군 부대의 수도 시설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 일한 지 3년쯤 됐을 때 결혼을 했는데, 지금 월급만으로는 가정을 꾸려나가기 힘들다는 생각에 전 재산을 털어 아내와 함께 서울 신림동에서 호프집을 차린 게 요리의 시작이었다. 당시 우리의 경영 철학은 ‘1000원짜리 안주를 팔면서, 최고급 레스토랑의 서비스를 보여주자’였다. 애쓰는 젊은 부부를 보며 단골손님들이 점점 늘어났고, 가게는 어느새 지역 맛집이 됐다. 떳떳한 아버지가 되겠다는 절실함이 장사의 시작이었고, 지금의 양복점을 만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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