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한미약품 해외PE 투자유치 언제쯤?…“신동국 회장에 달렸다”
경영권 프리미엄 두고 신 회장과 ‘이견’
신 회장, 오는 9월 단독 개인 최대주주 등극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한미약품(128940)그룹이 추진하던 대규모 투자유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무산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은 임종윤·종훈 형제 주도로 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논의를 이어오던 와중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 지분 매수에 나서면서 투자유치에도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미약품그룹 안팎에선 투자유치를 포함한 회사의 미래가 신 회장에게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KKR은 송 회장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발표한 올해 1월부터 임종윤·종훈 형제 측과 긴 시간 논의를 이어온 바 있다. KKR이 지분 인수 후에도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보장하며, 수년 후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바이백(Buyback) 조항 등을 포함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달 들어 신동국 회장이 모녀 측과 손을 잡으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국 회장은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에서 ‘키맨’으로 꼽힌다.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교 후배로 알려진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선 형제 측과 함께 승기를 잡았지만, 이달 들어 모녀 측과 다시 손을 맞잡으며 판을 바꿨다. 송 회장 모녀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신 회장에 매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OCI그룹과의 통합 당시 형제 측에 섰던 이유는 당시 모녀-OCI의 계약 조건 상 (신 회장) 본인 지분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되지 않아서였다”라며 “이번 KKR과의 딜에서도 신 회장 지분에 프리미엄이 붙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바이아웃 거래로 프리미엄을 노리라는 조언에 신 회장이 흔들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강화하기 위해 지급되는 일종의 추가금이다. 경영권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지분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KKR은 오너 일가 지분만으로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상황에서 신 회장 지분 12%에는 프리미엄을 얹어주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 직전 형제 측과 손잡을 당시에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손실 보상’ 문구를 넣어 본인의 손실을 강조한 바 있다. 신 회장이 최초 지분을 취득한 이후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고점에 매도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놓친 부분에 대해 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셈이다.
특히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에 도화선을 당긴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추측이 우세하다. 라데팡스는 지난해 새마을금고를 앵커 LP(대표 출자자)로 한 모녀 지분 인수, 올해 1월 OCI그룹과의 통합 등을 추진하다 모두 무산시킨 곳이다. 이번 신 회장이 모녀 지분 6.5%(444만4187주)를 총 1644억원에 인수하는 딜 역시 라데팡스가 설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과 모녀의 지분 거래 종결일은 오는 9월 3일로 예정돼 있다. 이 때가 되면 신 회장 지분은 18.93%로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의 합산 지분(15.86%)을 앞서는 동시에 임종윤·종훈 형제 합산 지분(21.61%)과의 격차도 2.68%포인트 차로 줄어든다. 해당 관계자는 “지금은 신 회장이 승자 같지만 해당 딜을 주선하는 사모펀드가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허지은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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