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회전무대 오른 오르페우스의 슬픈 사랑

토니상 뮤지컬 '하데스 타운'
10월6일까지 샤롯데시어터

오르페우스 신화를 각색한 뮤지컬 '하데스 타운'의 한 장면. 에스앤코

가난한 음악가가 한 여자를 사랑해서 작곡에 매진한다. 여자 역시 음악가를 사랑하고 그의 음악을 경외하지만 더 이상 굶주림을 견디기 힘들다. 여자가 음악가를 불러도 작업에 몰입한 그에게 목소리는 닿지 않고 여자는 결국 영혼을 빼앗긴 자들의 도시 하데스 타운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

오르페우스 신화를 각색한 '하데스 타운'(협력연출 박소영)이 공연 중이다. '하데스 타운'은 신과 인간을 감동시키는 천부적 재능을 가진 음악가 오르페우스(조형균·박강현·김민석)가 아내 에우리디케(김환희·김수하)를 지하 세계에서 데려오기 위해 지옥의 신 하데스(지현준·양준모·김우형)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데스 타운'에는 두 개의 세계가 펼쳐진다. 하나는 태양이 비치는 지상, 다른 하나는 어둠이 잠식한 지하의 하데스 타운이다. 에우리디케가 내려간 하데스 타운을 뮤지컬은 자본주의에 의해 인간이 소외된 세계로 묘사한다. 사람들이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노동만 하는 곳, 인간성을 잃고 타인과 유리돼 바로 옆사람과도 소통을 하지 못하는 공간이다. 두 세계를 잇는 것은 사랑이다. 아내의 행방을 들은 오르페우스는 하데스 타운을 향해 떠난다. 산 자가 도달할 수 없는 곳이지만 전령의 신 헤르메스(최정원·최재림·강홍석)가 길을 안내하고 지하의 존재들이 길을 열어준다. 오르페우스의 에우리디케를 향한 사랑과 그의 아름다운 노래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듣고 잃었던 인간성을 찾는 것을 '하데스 타운'은 손바닥에서 꽃이 피어나는 모습으로 사랑스럽게 연출한다.

'하데스 타운'은 등장인물들을 감동시키는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특히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의 노래는 운명의 여신들(이지숙·한보라·도율희·이다정·김연진·박가람)과 헤르메스, 하데스 타운의 노동자들(남궁혜인·양병철·최원섭·권상석), 냉혹한 자본가인 하데스까지 마음을 열고 그의 사랑에 공감하게 한다. 오르페우스를 연기하는 배우가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는 객석의 관객들도 그의 사랑을 응원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인간에게는 마치 온 세상이 그와 연인을 위해 존재하는 듯 느껴지는 것처럼.

지상과 하데스 타운을 연결하는 또 다른 요소는 중년인 하데스와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김선영·린아)의 사랑이다.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열정이 식었던 두 사람은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듣고 다시 사랑을 불태운다. 1년의 3분의 2는 지상에서, 3분의 1은 지하에서 사는 중간적 존재인 페르세포네는 특히 더 감명을 받아 냉혈한인 하데스가 오르페우스를 돕게 설득한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오르페우스가 뒤따르는 에우리디케와 함께 지상을 향해 걷는 장면은 관객을 가장 긴장하게 하는 부분이다. 오르페우스가 한 번이라도 에우리디케를 돌아보면 에우리디케는 영원히 하데스 타운으로 끌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하데스 타운'은 원형으로 회전하는 바닥과 조명, 특수한 무대 장치로 이 장면을 긴장감 있게 연출한다.

국내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하데스 타운'은 그래미상 최고 뮤지컬 앨범상, 토니상 8개 부문, 외부비평가상 6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10월 6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된다.

[김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