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발전특구 이전하는 혁신기업엔 가업상속세 안 매긴다

민지혜 2024. 7. 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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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24 세법 개정안 발표
중견기업 매출 기준 업종별 차등 확대
지역발전과 R&D 투자 촉진에 방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세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중소기업을 졸업한 중견기업들이 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쪼개는 등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줄어들 전망이다. 중견기업의 조세기준이 되는 매출액을 업종별로 차등 확대하고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비용 세액공제도 높인다. 기회발전특구로 이전·창업하는 기업이 가업을 상속할 경우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상속세를 전면 면제해주는 등 중소·중견기업 세제혜택이 대폭 늘어난다. 산업 성장사다리를 더 탄탄하게 다지고 지방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혁신기업에는 더 많은 혜택을

‘2024년 세법 개정안’에 담긴 중소·중견기업 정책은 ‘투자 촉진’과 ‘균형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R&D에 투자하는 기업, 중견기업으로 외형이 성장한 기업에는 기존보다 더 많은 세액을 공제해주는 것. 국가전략기술, 신성장·원천기술 분야에서 R&D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비용의 종류를 소프트웨어 대여·구입비, R&D용 시설 임차료, 기술정보비 등으로 늘린다.

대전·부산·대구 등 8개 기회발전특구로 본사를 옮기는 혁신기업(밸류업·스케일업)은 중소·중견 관계 없이 상속세를 전액 공제해주는 것도 균형 성장과 투자 촉진의 일환이다. 단, 기업의 본점과 주사무소가 특구에 있어야 하고 기회발전특구 내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가 전체의 50% 이상이어야 한다. 수도권이나 과밀억제 권역에서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할 경우 기업 매출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에 혜택을 줄 예정이다. 가업 영위기간 최소 10년 이상이라는 조건도 없다.

혁신기업(밸류업·스케일업)의 가업승계시 공제해주는 가업상속재산 규모를 최대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도 기술에 투자하는 혁신기업을 더 많이 키워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과 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묶여 있던 가업상속 공제 대상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한 모든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한다. 가업상속 공제 등이 적용되는 사업용 자산 범위에 임직원 임대주택, 주택자금 대여금 등도 포함했다.

이에 대해 가업을 승계한 2세 경영인인 이지인 사옹원 부사장은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승계를 주저하는 중소·중견기업이 주변에 많은데 이번 개정으로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기업승계시 세제지원에서 배제돼왔던 임직원용 임대주택, 주택자금 대여금 등을 사업용 자산으로 분류한 점 등 그간 중소기업계가 꾸준히 건의했던 내용이 포함돼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중견기업 늘려 성장사다리 강화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된 중견기업의 매출 기준을 업종별로 차등 확대되는 것도 업계에선 큰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기존에는 조특법상 중견기업이 최근 3년 평균 매출액 3000억원, 또는 R&D비용 세액공제 적용시 매출액 5000억원 미만으로 획일화돼있었다. 이를 업종별 형평성에 맞게 차등 확대키로 했다. 예를 들어 의류 제조, 1차금속 제조업 중 중견기업 세제 기준은 ‘매출 3000억원’에서 ‘매출 4500억원’으로 그 대상기업이 늘어난다.  R&D비용 세액공제를 적용받는 중견기업 기준도 매출 7500억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한다. 숙박·음식 등 상대적으로 매출이 작은 업종은 중견기업 적용시 매출 1200억원 미만 기업으로, R&D비용 세액공제 적용시 매출 2000억원 미만으로 기준을 달리 했다.

한 의류제조 중견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기업보다 세부담이 낮은 중견기업으로 조특법상 매출기준이 확대되면 이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2차전지 제조업체의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R&D가 필수요소인데 R&D비용의 세액공제를 늘리는 건 기대가 큰 대목”이라고 말했다.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속하는 한 중견기업 CEO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해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번 세법 개정으로 세 부담이 줄어들면 실질적인 R&D 투자 확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소상공인, 소기업에 주는 세제 혜택이 여럿 포함됐다. 건설기계 사업자가 기계를 처분할 때 사업용 유형자산 처분이익에 대해 사업소득으로 과세하는데, 이를 분할 과세하고 세율도 낮춰 세 부담을 낮춰줄 예정이다. 막걸리에 향료, 색소를 첨가할 경우 현재는 탁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돼 과세표준(출고가의 81.9%)의 30% 세율을 적용받지만, 앞으로는 탁주로 분류해 1ℓ당 44.4원의 세금을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용량 750㎖에 출고가 1000원짜리 막걸리에 향료나 색소를 첨가할 경우 현재는 246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개정 후엔 33원만 내면 된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환영과 기대를 드러냈다. 중견련은 이날 논평을 통해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하고,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키로 한 것은 경영의 안정성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전선에서 경쟁하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획기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또 "기업승계 세부담 완화 등 중견기업계가 지속적으로 건의해 온 과제들이 개선, 반영됐다"며 "밸류업·스케일업 등 우수 중견기업까지 최대 1200억 원 한도로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기업에 한도 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한 것은 선진국에 걸맞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덧붙였다.

민지혜/최형창/이미경/원종환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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