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대수술…'부자감세' 프레임 깨고 '중산층 감세' 드라이브

세종=정현수 기자 2024. 7. 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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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법개정안]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법개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2024.7.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정부가 '상속세 대수술'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기업들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호소했다. 재계는 상속세 최고세율(50%) 인하를 요구했다. 새삼스러운 요구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선뜻 수용하긴 힘들었다.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 속 십수년째 "논의해보자"는 공회전만 반복했다.

상속세 개편 동력은 다른 쪽에서 생겼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공제액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면서다.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합한 상속세 공제 기준(10억원)은 1997년 이후 변하지 않았다. 그 사이 물가는 2배 올랐다.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2.8배 상승했다. 자연스럽게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급증했다.

과거 0.1%의 '슈퍼리치'를 향한 세금이었던 상속세는 이제 중산층 세금이 됐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비율은 6.82%다. 서울로 범위를 좁히면 15.0%까지 늘어난다. 2008년 전만 해도 1% 미만이었던 상속세 과세비율은 매년 빠르게 증가했다. 상속세 개편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정부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속세 개편을 '시급한 과제'라고 표현했다. 상속세를 '낡은 세제'라고도 했다. 이에 기존 1인당 5000만원이던 상속세 자녀공제를 5억원을 높였다. 덩달아 기업들의 요구 등을 반영해 상속세 최고세율도 40%로 낮췄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최고세율 인하로 1조8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힐 전망이다. '부자 감세'라는 말이 예상된다. 최 부총리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야당의 반대 역시 뚫어야 한다. 기재부가 최고세율 인하를 국회에서 관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부정적인 전망이 더 많다.

2024년 세법개정안 주요 내용/그래픽=윤선정

반면 상속세 공제액 상향조정은 중산층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 상속세 과세 문턱은 여러 조합이 있지만 대략 10억원을 문턱으로 본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같은 조건으로 자녀가 1명일 경우 공제액은 12억원까지 늘어난다. 자녀가 2명이면 상속재산 17억원까지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즉 상속재산 10억원대 초·중반의 상속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인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11억~1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부분 중산층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 공제액 상향조정은 야당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중산층 감세'에 무게를 두고 있는 걸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상속세뿐만 아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설계되긴 했지만 금융소득 2000만원 아래인 중산층에도 혜택이 돌아간다. 200만원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가 500만원으로 늘어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재부는 중산층의 체육활동 지원을 위해 수영장과 체력단련장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확대한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어느 계층에 더 많은 영향을 줄지 파악하긴 힘들다. 기재부에 따르면 전체 세수감소 효과는 4조3515억원이다. 이 중 서민·중산층과 고소득자의 몫은 각각 6282억원, 1664억원이다. 세부담 귀착의 대부분이 기타(3조2260억원)로 묶여 정확한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상속세의 세부담 귀착을 파악하기 힘든 탓이다.

다만 지난 정부가 서민과 중소기업에 집중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했던 것과 달리 역동경제의 일환으로 중산층에 '감세 드라이브'를 거는 의지는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중산층까지 영향을 받는 종합부동산세는 정부가 개편 의지를 내세웠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 흐름 등을 감안해 세법개정안에서 빠졌다. 상속세도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유산취득세로의 개편까진 이르지 못했다.

최 부총리는 "역동경제를 활성화하자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중산층을 확충하자는 것"이라며 "(상속세만 하더라도)처음에 이 법을 설계했을 때보다 중산층에 속하는 분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시정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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