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소송 허점 노려 ‘99억원 허위 지급명령’ 받아낸 일당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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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소송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물품 대금을 준 것처럼 계좌내역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법원으로부터 99억원에 이르는 지급명령을 받아 회삿돈을 빼앗은 일당이 붙잡혔다.
ㄱ씨 일당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5∼11월 총 10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이름만 바꿔 28개 회사를 상대로 전국 법원에서 99억원 상당의 지급명령을 받아냈으며, 또 은행을 찾아가 지급명령 정본을 근거로 피해 회사의 법인 계좌에서 16억6천만원을 가로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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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소송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물품 대금을 준 것처럼 계좌내역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법원으로부터 99억원에 이르는 지급명령을 받아 회삿돈을 빼앗은 일당이 붙잡혔다.
춘천지검 형사2부(부장 홍승현)는 사기, 사기미수,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범행 전반을 계획한 총책 ㄱ(46)씨 등 6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ㄱ씨 등은 우선 범행 대상으로 삼은 피해회사와 동일한 이름으로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계좌를 개설해, 이 계좌에 500만원∼600만원씩 송금과 출금을 반복한 뒤 ‘송금내용’만 편집해 피해 회사에 거액의 물품 대금을 보낸 것처럼 허위 자료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물품 대금을 미리 지급했는데 물품을 못 받았으니 대금을 반환해달라”며 피해 회사를 상대로 법원의 전자소송을 활용해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지급명령 사건은 일반 민사소송 사건과 달리 법원에서 서류 심리만으로 지급명령을 발급하고, 전자소송이 절차의 신속성이 있다는 점을 노렸다.
그렇게 법원으로부터 지급명령을 받아낸 ㄱ씨 등은 완전범죄를 위해 지급명령 정본까지 가로챘다. 통상 지급명령이 발령되면 채무자에게 지급명령 정본이 배달돼 채무자가 이를 인지하게 되는데, 송달 시점에 맞춰 피해 회사 사무실 근처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관계자 행세를 하며 지급명령 정본을 가로챈 것이다. 결국 지급명령이 내려진 사실도 몰랐던 피해 회사는 이의신청을 하지 못했고, ㄱ씨 등은 피해 회사가 모르는 사이에 지급명령 결정이 확정되도록 해 피해 회사 계좌에서 채권추심을 가장해 돈을 가로챘다.
ㄱ씨 일당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5∼11월 총 10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이름만 바꿔 28개 회사를 상대로 전국 법원에서 99억원 상당의 지급명령을 받아냈으며, 또 은행을 찾아가 지급명령 정본을 근거로 피해 회사의 법인 계좌에서 16억6천만원을 가로챘다.
ㄱ씨 일당의 범행은 피해 회사의 민원을 통해 소송사기를 의심하게 된 춘천지법의 수사의뢰로 탄로가 났다.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급명령 사건의 채권자 역할을 맡았던 조직원 2명을 먼저 구속한 뒤 추가 수사를 통해 총책 ㄱ씨와 중간관리자 ㄴ(23)씨 등 4명을 차례로 구속했다. ㄱ씨와 ㄴ씨는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자동차를 처분하는 등 잠적했지만, 검찰은 이들의 과거 통화기록과 계좌명세를 분석해 단골 미용실이나 숙박업소 등을 찾아가는 등 수개월간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검찰은 지급명령 신청 근거자료로 내는 계좌명세에 법인 상호만 표시되는 점과 피해 회사 관계자 행세를 하면 별다른 본인확인 절차 없이 지급명령 정본을 수령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범행이 이뤄진 사실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법원행정처에 제도 개선방안 검토를 권고하기로 했다. 또 ㄱ씨 일당이 세운 유령법인은 유사 범죄에 재사용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해산명령청구 등의 조처를 할 예정이다.
춘천지검 관계자는 “피고인들에게 범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는 재산범죄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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