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문맹” 벗어날 공급망 탄소 데이터 플랫폼 만든다

김경학 기자 2024. 7. 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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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내 기업 간 탄소 등 각종 데이터 공유 가능한 ‘한국형 카테나X’ 구축 추진

정부가 국내 기업들이 탄소 규제 강화 흐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일명 ‘한국형 산업 공급망 탄소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 공급망 탄소중립 얼라이언스’ 출범 회의를 열고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자동차, 배터리, 철강, 비철금속, 전기·전자, 섬유, 시멘트, 석유화학, 정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 대표가 참석했다.

대표적인 탄소 규제는 EU 역내로 수출하는 제품의 탄소 함유량에 탄소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에 우선 적용된다. 지난해 5월 발효한 CBAM은 내년 말까지 전환 기간을 거쳐 2026년 1월 본격 시행한다. 전환 기간에도 EU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분기별로 탄소 배출량 정보를 EU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CBAM은 시작에 불과하다. 배터리 규정, 디지털 제품 여권, 공급망 실사 지침,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등 다양한 EU발 규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대응은 걸음마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탄소 문맹”이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낸 자료를 보면, 전체 기업의 53%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측정조차 곤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1차 협력업체의 탄소 배출량을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2차 이상 협력업체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에 대한 자료 확보와 관리에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협력업체의 사정은 더 절박하다. 여러 원청업체에서 탄소 배출 관련 요구를 받지만 제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탄소 배출량을 관리할 인력이나 시스템도 없는 상태다. 한 화학 중소기업 관계자는 “요구하는 건 많은데 용어도 생소하고, 뭐부터 대응할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카테나X 대표 이미지. 카테나X 캡처

이날 발표한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은 민관이 공동으로 구축하는 데이터 플랫폼, 일명 ‘한국형 카테나X’다. 규제를 주도하는 EU는 이미 공급망 안에 있는 기업들이 정해진 표준이나 규칙에 따라 탄소 배출 정보 등 다양한 산업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공급망에 특화된 ‘카테나X’가 대표적이다. 일본도 ‘우라노스 에코시스템’이라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이들 플랫폼의 특징은 ‘데이터 스페이스’ 방식이라는 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데이터 스페이스는 블록체인처럼 분산형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 역할만 하는 플랫폼”이라며 “기업으로서는 탄소 배출 등은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아주 민감한 정보라 클라우드 같은 중앙 서버에 저장되는 플랫폼보다 데이터 스페이스 방식의 플랫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카테나X’는 우선 탄소 규제가 본격화된 업종인 배터리, 자동차, 가전, 철강·알루미늄, 섬유 산업을 대상으로 오는 2027년까지 구축한다. 5개 업종 플랫폼이 안착하면 향후 모든 업종과 산업 데이터를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확대한다. 또 데이터를 중복으로 신고할 필요가 없도록 EU와 일본 등 다른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결과 수치를 상호 인정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당장 탄소 규제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언제든 문의할 수 있도록 한국무역협회 ‘자유무역협정(FTA) 종합지원센터’ 상담 전화(☎1380)를 통합 창구로 활용하기로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왼쪽 6번째)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앞줄 왼쪽 7번째)을 비롯해 자동차, 배터리, 철강, 비철금속, 전기·전자, 섬유, 시멘트, 석유화학, 정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 대표가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 공급망 탄소중립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연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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