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난해 기아 인구 7억3000만명”···코로나 고비 넘겼더니 전쟁이
지난해 전 세계 인구 중 9%인 7억여 명이 굶주림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대유행의 고비를 넘겨도 전쟁으로 인해 기아가 속출하고 있다.
식량농업기구(FAO) 등 유엔 5개 기관은 24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년 세계 식량 안보 및 영양 현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약 7억3340만 명이 기아로 고통받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9.1%이며, 11명 중 1명꼴이다.
대륙별로는 아프리카의 기아 비율이 20.4%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 아시아(8.1%), 라틴 아메리카(6.2%), 오세아니아(7.3%)가 뒤를 이었다. 북미와 유럽의 기아 인구 비율은 2.5% 미만이었다.
이스라엘이 구호물품 통로인 접경 지역을 차단하고 공습을 가하는 가자지구에서는 지난해에만 57만 명가량이 높은 단계의 식량 위기 상황에 부닥친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은 “2023년 말까지 가자지구 전체 인구인 220만명이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 3단계 이상에 직면했다”며 “가자지구는 IPC 조사 실시 이후 가장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유엔과 구호단체 주도로 2004년부터 실시된 IPC는 ‘식량 불안정’ 상황을 다섯 단계로 나눠 분류하고 있으며, 평가 결과에 따라 인도주의 지원 수준을 정한다.
기아 인구는 2020년 6억6930만 명, 2021년 7억870만 명, 2022년 7억2380억 명으로 매해 늘어나고 있다.
유엔은 지난해 기아 인구가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5억8130만 명)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하며 사실상 ‘엔데믹’을 선언했다.
유엔은 그 원인으로 전쟁과 경기 침체, 기후 위기 등을 꼽았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식료품·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아가 늘어났다고 했다.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남수단, 예멘, 시리아와 과도정부가 들어선 아이티에서도 극심한 수준의 식량 불안정에 처한 인구 비율이 높았다.
유엔은 이 같은 불안 요소는 식량 불평등, 식료품 가격 상승, 건강에 해로운 식품이 유통되는 환경 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아 인구 증감 추세가 현 수준이라면 2030년을 목표로 잡은 ‘제로 헝거’(굶주림 근절) 실현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기아와 빈곤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는 연대체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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