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뷰] “AI로 돈 벌 수 있을까” 기술주 쇼크, 美 넘어 한국 덮쳤다… SK하이닉스 9% 급락
’AI 수익화 지연’ 투자자 투매
외국인 이탈 6743억원 순매도
코스닥 800선 붕괴… 6개월만
25일 코스피지수가 2%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사업 수익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투매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 흐름이 국내 증시에서도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상승세를 지속해온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약 9% 하락 마감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8.06포인트(1.74%) 내린 2710.65로 마감했다. 전날에 이어 2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이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7.42포인트(1.36%) 내린 2721.29로 출발했으나, 점점 낙폭을 키웠다. 장중 한때는 2700선이 위협 받기도 했다.
외국인 자금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대거 이탈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674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5월 31일 1조3369억원 순매도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개인이 8250억원어치 순매수에 나섰지만, 국내 기관의 순매도(1564억원)까지 가세하며 지수는 급락했다.
외국인은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대형주들이 포진한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732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밤 알파벳의 실적 발표 이후 AI 사업 수익화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투자자들이 대거 투매에 나섰고, 이 같은 분위기가 국내 증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23일(현지 시각)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한 847억4000만달러(약 117조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236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같은 기간 29% 증가했다. 이는 앞서 나온 실적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한 AI 투자 금액이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뛰어넘은 데다 유튜브 광고 수익이 기대를 밑돈 게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알파벳 측이 직접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I향 지출의 수익 전환 불확실성’을 언급했고, 결국 주가는 5% 넘게 하락했다.
AI향 지출의 수익 전환 불확실성에서 비롯한 투매는 미국 기술주 전반으로 확산했다. 엔비디아(-6.8%), 메타(-5.6%), MS(-3.6%) 등 AI 훈풍으로 주가 상승을 이어온 기술주들의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 가까이 급락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일 미국 나스닥지수가 급락하면서 한국 주식 시장에서도 반도체 업종에 대한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났다”면서 “특히 국내 반도체 업종은 AI칩에 들어가는 HBM 등으로 미국발 AI 훈풍 관련주로 주목받으며 주가 상승을 이어왔는데, 이날은 급락했다”고 말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고대역폭 메모리(HBM) 효과로 6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5조원대를 기록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했음에도 주가는 내렸다. 주당 20만원을 밑도는 19만6200원으로 출발 장중 내내 약세를 이어가다 1만8700(8.97)% 내린 18만9800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자 주가도 SK하이닉스와 같이 하락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1.95% 내린 8만4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기아, KB금융## 등의 주가도 하락하면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7개 종목의 주가가 내렸다.
나 연구원은 “기계 및 금융 업종에서도 외국인은 순매도세를 나타냈다”면서 “최근 두산 그룹의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에 대해 논란이 일었고, 외국인은 한국 기업의 거버넌스 신뢰성을 의심하며 금융 업종도 매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LG에너지솔루션, POSCO홀딩스, 삼성SDI 등 이차전지주가 이날 상승 마감했다. 테슬라의 2분기 실적 악화로 주가가 하락, 국내 이차전지주도 장 초반 하락으로 출발했지만, 상승 전환했다. 최근 잇따라 주가 하락하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코스닥지수 역시 2%(16.96포인트) 넘게 급락, 797.29로 장을 마쳤다. 특히 지난 2월 1일 이후 반년 만에 800선이 붕괴했다(종가 기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마찬가지로 코스닥시장에서도 ‘팔자’를 택했다. 홀로 1338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종목별로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주를 제외한 대부분 종목의 주가가 내렸다. 알테오젠은 주가가 9% 넘게 내렸고, 삼천당제약 주가도 6% 넘게 하락했다. 이외 HLB, 엔켐, 리노공업, 클래시스, 휴젤 등의 주가도 하락으로 마감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15시30분 기준 5.5원(0.4%) 오른 1385.40원을 기록했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 급락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 영향으로 장중 한때 1388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 엔화 강세 영향으로 환율 상승 폭이 둔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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