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기사=근로자"…잔뜩 움츠린 플랫폼 기업들

변휘 기자 2024. 7. 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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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DB
대법원이 차량 호출 플랫폼 '타다' 운전기사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면서 플랫폼 노동시장의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플랫폼 업계의 근로형태가 다변화 하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유사 소송은 물론 앞으로 플랫폼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다.
대법 "'해고' 타다 운전기사 70명, 프리랜서 아닌 근로자"
대법원 3부(주심 이홍구 대법관)는 25일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였던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5월 VCNC와 운전기사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다. 회사는 같은해 7월 인원 감축을 통보했고 A씨 등 기사 70여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중노위는 쏘카를 사용자로 보고 A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부당해고로 봤지만, 쏘카 측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쏘카 운전기사가 프리랜서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업무 내용은 타다 앱 등을 통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해졌다"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봤다.

대법원도 쏘카 측이 드라이버의 임금과 업무 내용을 결정하고 지휘·감독했으며, A씨는 업무와 관계없이 근무시간에 비례해 보수를 받았다는 점을 들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외형적으로는 A씨에게 운전업무 수행의 선택권이 부여된 것처럼 보이나 대법원은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 원고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했다"고 했다.
플랫폼 종사자 '근로자상' 판단 기준 완화…유사 소송 여파는
플랫폼 업계에선 대법원의 판단이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완화했다는 측면에서 주목한다. 2020년대 들어 플랫폼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종사자도 대폭 늘어났고, 이들에 대한 근로자성 여부가 국내외에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이번 소송의 1심 재판부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공유경제질서의 출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 관계를 존중할 필요성이 있다"며 타다 기사들을 프리랜서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은 프리랜서 형태의 계약이고 표면적으로는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선택권이 부여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플랫폼 원청이 실질적으로 업무 지시를 하고 불이행 시 불이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조치가 있다면 근로자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대리운전 기사와 배달 라이더 등 다른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자성 관련 소송에도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플랫폼 업계의 계약 형태는 각양각색인 탓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긴 어렵겠지만, 실질적으로 플랫폼 운영을 주도하는 원청에 대해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용자 지위를 인정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쏘카 "유감"…플랫폼 업계 "노동시장 위축" 우려
플랫폼 업계는 잔뜩 위축된 표정이다. 우선 쏘카 측은 "기존 확립된 법리에 반하는 것이고, 타다나 플랫폼 사업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당장 쏘카로서는 A씨 등 70여명의 부당해고 주장에 대한 배상책임을 수행해야 할 전망이다.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비상이다. 플랫폼 제공 과정에서 관련 종사자의 업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지위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기존의 업무 형태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우려다. 정부의 관련 위원회에 몸담았던 학계 한 전문가는 "일견 노동자의 권익 향상처럼 비칠 수 있지만, 일과 고용자를 잇는 플랫폼 본연의 역할을 위축시켜 오히려 관련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 입법의 필요성도 논의되고 있다. 플랫폼 업계 내 직종·회사별로 근로형태가 각양각색인 탓에 일반화가 쉽지 않은 만큼, 이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22대 국회에서도 장철민·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발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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