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떠나는데 '빅테크 쇼크' 덮쳤다…"증시 더 떨어질 수도"
코스피, 코스닥이 동반 하락하며 시장이 흔들렸다. 이달 초 2900선을 코 앞에 두며 가파르게 상승했던 시장 분위기가 2주 만에 급랭했다. 7월 들어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서며 수급 조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미국 빅테크 급락 여파를 고스란히 받으며 낙폭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남은 빅테크 실적 발표에 따라 반등 여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하며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미국 증시가 빅테크 실적 충격에 급락한 영향이 컸다. 24일(현지시간) 테슬라, 알파벳 실적 발표 이후 M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빅테크 7종목) 종목들이 급락하며 나스닥이 3%대 중반의 낙폭을 보였다. 이에 국내에서도 반도체, 2차전지 등 주력업종이 약세를 기록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미국 증시를 이끌어 온 M7 주요종목이 하락하면서 우리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AI(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는 부분으로 해석돼 국내 AI 관련주로 분류되는 반도체 등의 흐름이 꺾였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8.7% 급락하고 삼성전자가 1.6% 하락하는 등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업종의 낙폭이 특히나 컸다.최근 상승세로 가격부담이 생긴 상황에서 빅테크 쇼크가 조정의 트리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반도체가 그나마 HBM으로 AI랠리에 동참해 왔는데 구글(알파벳), 테슬라 등 빅테크 실적이 생각보다 좋지 않게 나오며 타격을 받았다"며 "급한 조정이 왔다"고 말했다.
상반기 내내 한국 주식을 사 들였던 외국인이 매도 우위로 전환한 것도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22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7월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1조4000억원을 순매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2주간 순매도 금액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기간 코스피지수는 5% 하락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IT업종을 중심으로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최근 두산 지배구조 재편 이슈와 관련해 한국기업의 거버넌스 신뢰성 논란으로 두산 관련주와 금융업종도 순매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선과 관련한 정치적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어 증시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고 센터장은 "미국 대선이 트럼프 당선이라는 선명한 그림에서 해리스의 등장으로 또 바뀌었다"며 "정치적 지형도가 애매해지면서 '잘 모르겠다'는 양상이 영향을 준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저항이 계속 강화할 가능성이 커 지금은 적극적인 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며 "특정 업종에 주목하기보다 외국인 수급을 살피며 모니터링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AI에 대한 불안이 시장을 흔든만큼 남은 M7 실적 발표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수 하락으로 저가 매수 유인이 필요하고 내주 예정된 M7실적에서 이번 주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반등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센터장 역시 "미국 실적에 따라 국내 증시도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8월초 메타, 아마존 실적과 8월 중순 엔비디아 실적 등의 이슈를 확인하는 과정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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