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흉기 난동’ 부실 대응 경찰관…항소심서 형량 늘어

징역형 집행유예기간 늘어나

2021년 12월30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피해 가족(왼쪽)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을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해임·기소된 전직 경찰관들의 형량이 항소심에서 늘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1-3부(재판장 이수민)는 25일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ㄱ(50) 전 경위와 ㄴ(26) 전 순경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1심에서는 이들 모두에게 사회봉사 120시간이 부과됐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ㄱ씨 400시간, ㄴ씨 280시간으로 각각 사회봉사 시간을 늘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아무런 조처 없이 사건 현장을 이탈한 사이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중한 상해를 입었다”며 “경찰관이면 가해자를 제지하고 피해자와 분리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ㄱ 전 경위는 이 사건으로 경찰 조직에서 불명예 퇴직을 했고, ㄴ 전 순경은 현재까지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장은 이날 법정에서 “피고인들의 양형을 어떻게 정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며 “직무유기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년을 실형으로 선고할 정도의 죄질은 아니어서 집행유예 기간과 사회봉사 시간을 늘렸다”고 말했다.

두 전직 경찰관은 2021년 11월15일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일어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으로 출동한 뒤, 빌라 4층에 살던 ㄷ(51)씨가 3층 거주자인 40대 여성 ㄹ씨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 위급 상황임을 인지하고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ㄹ씨는 의식을 잃고 뇌수술을 받았고 그의 남편과 딸도 손 등을 다쳤다. ㄷ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2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