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최고세율 50%→40%…‘중산층 혜택’ 포장한 부자감세

안태호 기자 2024. 7. 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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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4년 만에 상속세 세율 인하를 추진한다.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면서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내리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변화된 경제 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낡은 세제를 정비해 경제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세 최고 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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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법개정안 발표
25년 만에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자녀공제 5천만원→5억원 상향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전면 폐지
국회 세법심사 ‘부자감세’ 논란 예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세법개정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부가 24년 만에 상속세 세율 인하를 추진한다.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면서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내리기로 했다.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부자감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상속세 세재개편 방향을 담은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변화된 경제 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낡은 세제를 정비해 경제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상속세 최고 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상속세 세율을 조정하는 건 2000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정부는 “부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상속세 기능이 외국에 비해 미약하다”며 최고세율을 45%에서 50%로 올린 바 있다.

최고세율만 조정하는 것이 아니다. 5천만원인 상속세 자녀공제한도도 단숨에 5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공제액이 커질수록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이 줄어들어 세부담이 경감된다. 10% 세율이 적용되는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된다.

기업가의 상속 부담도 대폭 완화해주기로 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상속재산 가치를 20% 높여 평가하는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를 전면 폐지한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시장가에 평균 40% 남짓을 가산하는데, 그나마 절반 수준으로 할증하던 세금 부담마저 덜어준 것이다. 가업상속·승계 공제한도(최대 600억원)도 특정 조건을 갖춘 경우 2배 늘려주거나 공제한도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재벌·대기업과 초고액 자산가들이 이번 상속세 개편안의 최대 수혜층으로 꼽힌다. 2023년 기준 최고세율(50%)을 적용받은 이들은 상속세를 납부한 전체 피상속인의 6.3%(1251명)에 불과한데, 이들이 낸 세금이 전체 상속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7%(9조9158억원)에 이른다. ‘중산층 부담 완화’란 포장지만 씌웠을 뿐 본질은 부자 감세인 셈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의 목표 가운데 하나인 우리 경제의 ‘역동성 강화’도 공수표에 그칠 공산이 크다. 생산가능 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주문되는 상황에서도 감세 기조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이번 상속세 개편만으로 향후 2년간 4조원의 세수가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밖에 논란이 계속되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안을 확정했고,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간 노동자 채용 때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법인세 세액공제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김유찬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번 세법개정안의 내용은 정부가 스스로 설정한 정책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세수부족으로 이어지는 부자감세는 재정지출을 어렵게 만들어 민생회복에 기여하지 못하는 데다가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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