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결손에도 또다시 대규모 감세…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 정책에도 배치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세법개정안으로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약 18조4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기준연도(2024년) 대비 증감을 계산한 누적법에 따른 것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첫 해 대대적인 세제개편안 당시 세수 감소 규모가 60조2000억원, 지난해 세법개정안의 세수 감소 효과가 3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 3년 정부안 기준으로만 약 81조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 셈이다. 감세 효과는 정부가 추정한 기간(향후 5년)을 넘어서도 발생하는 만큼 2029년까지 누적 감세 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실제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해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2028년까지 감세효과가 89조원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의 세수 감소는 상속증여세가 주도했다. 상속증여세 개편에 따른 감세 규모는 18조6000억원에 달했다. 다른 세목에서는 소득세와 법인세에서 각각 2조3000억원, 2000억원 정도 세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부가가치세에서 1조7000억원 정도 세수 증대 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대규모 감세 정책은 우선 정부가 천명한 건전재정 기조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중을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추진하고 있지만 출범 후 이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만 해도 56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세수펑크’가 발생한 탓에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3.9%에 달했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뒤 일시적으로 흑자를 보이는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실질적인 나라살림 수준을 보여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0월 중기재정전망에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중이 올해 -4.3%, 2025년 -3.5%, 2026년 -3.3%, 2027년 -3.0%로 예측해 이번 정부 임기 내내 관리재정수지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시적으로 (세 부담을) 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세기반이 붕괴되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면서 “한번 감세를 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이번 정부 뿐 아니라 그 이후 정부에서도 재정여력을 없애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상속증여세 개편이 오히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 복원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이달 초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성장의 기능을 되살리고, 계층 이동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제안한 바 있다”면서 “그런데 상속증여세의 감세 규모가 크게 되면 결국은 세대 간의 소득 및 기회의 격차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정부가 제안했던 계층 이동의 사다리 구조를 개선하는 정책 조치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어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낙수효과를 기대하면서 자산소득, 법인세에 감세조치를 취했지만 지난해 모든 분기에서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 상하위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등 낙수효과는 잘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계층 이동의 개선을 위해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여러 조치들을 제시했지만 세제 측면에서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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