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에 상속세 개편…최저·최고세율 손보고 자녀공제 확대
30억 초과 50% 최고세율 삭제…10억 초과하면 40% 세율 적용
자녀공제 1인당 5억 원으로 10배 늘려…일괄공제는 그대로
유산취득세 개편, 이번에도 빠졌다…"내년엔 바꾼다" 약속
상속세로만 4조 빠진 세수…'부자 감세'·'재정 건전성' 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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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27년 만에 상속세 개편…최저·최고세율 손보고 자녀공제 확대 ②말 많던 종부세, 세법개정안에서 빠졌다…국회서 공 받나 ③코인과세 2년 유예·금투세는 폐지…주주환원 촉진세제 신설 ④결혼만 하면 100만 원 세액공제…자녀 세액공제도 확대 ⑤업종 구분 없이 '매출 3천억 미만=중견기업' 과세 공식 깨진다 ⑥육아휴직에 男女 없다…경력단절자 모두 조세특례 대상 |
1997년 제정 이후 큰 틀에서 변화가 없었던 상속 관련 세제가 최저·최고세율 구간을 바꾸고 자녀 공제 금액 기준을 10배 늘리는 등 대대적으로 바뀐다.
상속세 개편으로 당장 올해 약 4조 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인들의 상속 혜택도 함께 강화되면서 재정 펑크·부자감세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상속세 최저세율 기준 1억→2억으로 바꾸고 50% 최고세율 삭제…자녀공제 1인당 5억 원으로
우선 과세표준 구간 중 최하위세율 적용 구간의 기준이 완화된다. 현행 상속세 과표구간은 △1억 원 이하 10% △5억 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 30% △30억 원 이하 40% △30억 원 초과 50%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10% 세율을 적용받는 구간의 기준을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축소한다.
최고세율 50%를 적용받았던 30억 원 초과 구간은 삭제된다. 대신 그 아래 구간으로 40% 세율을 적용받았던 10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 구간이 최고세율 구간이 된다. 즉, 앞으로는 10억 원을 초과한 경우 40% 최고세율을 적용받는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1인당 5천만 원까지 공제됐던 자녀 세액공제 금액은 5억 원으로 대거 상향한다. 만약 상속받을 자녀가 4명이라면 20억 원까지 공제된다는 얘기다.
그동안 일괄공제가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정부는 자녀 공제를 일괄공제에 준하는 수준으로 올리는 선에서 정리했다. 이는 그동안 인적 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과도하게 일괄공제에만 기대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현행 상속세에는 상속하는 재산에서 배우자 공제(5억 원~30억 원)와 기본공제(2억 원), 자녀 및 장애인, 연로자, 미성년자 등 각종 인적 공제를 뺀 후, 과세표준에 대입해 상속세액을 결정한다.
다만 이 때 기본·인적공제 대신, 5억 원으로 고정된 일괄공제를 선택해 계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행 제도에서는 자녀가 1명 뿐일 때 기초공제 2억 원과 자녀 공제 5천만 원을 합쳐 2억 5천만 원을 공제받으므로, 일괄공제로 5억 원을 공제받는 편이 납세자에게 유리하다.
즉 다른 변수가 없을 경우, 자녀가 7명 이상은 돼야 일괄공제보다 공제액이 많아지기 때문에 사실상 인적 공제가 사문화될 지경이었다.
이에 대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자녀가구에 대해 좀 더 대우해주자는 부분이 있고, 자녀공제를 올리면 일괄공제를 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며 "자녀공제를 올리는 것이 여건상 제일 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유산취득세 전환 또 빠졌다…기재부 "입장 바뀐 것은 없어…내년엔 바꾼다"
현행 상속세는 '유산세(estate tax)' 방식으로, 사망·실종한 피상속인의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반면 '유산취득세(inheritance tax)'는 상속인들이 물려받은 유산을 기준으로 각각 과세하는데, 이 경우 재산이 잘게 쪼개진 다음 계산하기 때문에 그만큼 누진세율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현행 방식은 전체 유산으로 과표구간을 정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예로 2명의 자녀 중 1명은 1천만 원을, 나머지 1명은 100억 원을 상속받아도 둘 다 똑같이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또 자녀 중 한 명이라도 세급을 체납하면 나머지 자녀가 대신 세금을 내야 하고, 심지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으면 전체 유산이 가압류될 수 있다.
상속세의 보완세 성격인 증여세도 수증자, 즉 증여로 재산을 얻은 사람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기 때문에 과세체계 정합성을 위해서라도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상속세 제도가 있는 23개 회원국 중 유산세 방식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4개국 뿐, 나머지 19개국은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물론 유산취득세 방식에도 단점은 있다. 유산취득세로 바꿔서 세율 부담이 감소할 때, 현행 과세표준 등을 그대로 둘 경우 상속 규모가 큰 부자들일수록 더 큰 혜택을 받으므로 보완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거짓으로 상속인을 늘려 유산을 분할하는 수법으로 세부담을 피하려 할 수 있고, 이를 막으려면 상속인 1명의 유산 총액만 확인하면 되는 현행 제도보다 행정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유산취득세의 장점이 많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행정력 미비 등을 이유로 반대했던 기재부도 2022년 세법개정안에는 관련 개편 방안을 담기도 했다. 올해에도 대통령실과 여야 정치권 곳곳에서 유산취득세 전환을 거론해왔다.
그럼에도 끝내 유산취득세가 빠진 데 대해 기재부 정정훈 세제실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부터 유산취득세 방향으로 가겠다고 천명했고, 현 정부 들어서도 이전 (추경호) 부총리도 유산취득세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야당을 포함한 여러 부분에서도 공감대가 높고, 당연히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생각보다 고민할 영역이 계속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개혁지원단이 전문가 간담회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을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며 "빠르면 내년 상반기, 여하간 내년 이후 최대한 노력해 지속적으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회발전특구 기업엔 가업상속공제 무제한 적용…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입장 재확인
그동안 중소기업이나 매출액 5천억 원 미만 중견기업에만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매출액 기준 없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을 제외해 사실상 거의 모든 중소·중견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또 밸류업(기업 가치·주가 제고), 스케일업(단기간 내 매출·고용 급성장) 기업에는 공제한도를 300억~600억 원에서 600억~1200억 원으로 2배 늘린다. 특히 기회발전특구에 창업·이전한 기업은 아예 공제 한도 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에 무제한 세액 공제를 허용한 배경에 대해 정 실장은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의 문제, 지역 균형발전 및 지방소멸에 대한 대응 등은 보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라며 "그냥 지방에 공장 하나 있는 정도로는 안 되고, 본사도 이전하고 근로자도 50% 이상 가서 완전히 '이 기업은 지방 기업이다' 정도로 하면 가업 관련해서는 기업을 승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업승계를 지원하는 측면에서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를 폐지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상속세 개편으로만 세수 4조 원 감소…'부자 감세' 논란 불거질 듯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에 따라 세수가 향후 5년 동안 순액(전년대비) 기준 4조 3515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구체적으로 세부담이 귀착되는 대상을 살펴보면 서민·중산층의 세부담은 6282억 원, 고소득자는 1664억 원씩 감소할 것으로 계산했다. 또 중소기업은 2392억 원, 대기업은 917억 원 세금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문제는 외국인이나 국내 비거주자 등 귀착 분석이 곤란한 이들이 포함된 '기타' 항목으로, 이례적으로 3조 2260억 원이나 세부담이 줄어든다. 이는 '기타' 안에 상속인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속세에서 과표구간 조정으로 최저세율 대상이 축소되면 약 8만 3천 명에게서 5천억 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계산했다. 또 최고세율 인하 조치로는 약 2400명이 1조 8천억 원의 세 감소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자녀 공제를 5억 원으로 확대하면서 감소할 세수는 1조 7천억 원으로, 이를 모두 합치면 약 4조 원의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상속세 개편만으로 발생할 세수 감소 효과가 전체 세수 감소액의 91.9%를 차지하는 셈이다.
최저세율 구간 변경으로 새롭게 상속세를 내지 않는 이른바 '중산층'도 배우자 공제·일괄공제분 등을 고려하면 최소 10억 원을 초과한 재산을 상속하는 사례들이다. 자녀공제 확대의 경우, 정부가 주로 상속받을 고령층의 자녀 세대 형제들이 적어도 2명 이상으로 구성될 것으로 가정한 점을 고려하면 수십 억원의 재산을 상속받는 이들의 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최고세율 구간 변경으로 혜택을 보는 부유층까지 고려하면 결국 고자산가들에게 세 감소 혜택이 집중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역대급 세수펑크가 일어났던 지난해보다도 올해 세수 상황이 악화된 마당에 전년(-4719억 원)보다 10배 가까이 세수 감소폭을 늘려 재정 건전성을 지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올해 세수가 녹록치 않은 상황은 2022년, 2023년의 경기 둔화에 따른 결과물"이라며 "내년은 전반적인 기업 실적이 호조세이기 때문에 올해보다는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며 "이번 세법개정안의 세수 효과도 내년에 미치는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세수의 결손 등은 경기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등락이 반복되고, 이를 감안해야겠지만, 조세정책은 좀 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제 활력제고나 민생 안정, 세법 자체의 왜곡을 개선하는 효과도 같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자 감세' 우려에 대해서는 "상속세가 25년 동안 고치지 않았는데 국민들의 전반적인 자산 수준 등이 많이 올랐고, 흔히 중산층이라는 분들도 대상이 됐다"며 "우리 경제의 여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던 점을 반영한다는 점, 중산층의 부담도 완화한다는 점, 기업 승계에 있어 상속세가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기업과 경제의 선순환 측면에서의 제약이 됐다"고 설명하며 상속세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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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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