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법] 최상목 “25년 만에 상속세율 조정… 중산층·다자녀 稅 부담 던다”
“1400만 개인투자자 보호 위해 금투세 폐지”
“종부세 개편안, 근본적 고민 필요… 지방재정 영향 봐야”
“중소기업 졸업해도 기존 세제 혜택 받을 수 있도록”
“밸류업·스케일업 기업엔 가업상속공제 한도 2배 확대”
개편안서 빠진 유산취득세 도입,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발표
“상속세는 약 25년간 개정되지 않아 우리 경제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전반적으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개최된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사흘 전 ‘2024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이날 향후 5년간 세수를 약 4조4000억원 감소시킬 것으로 추산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게 상속세라고 여러 번 말했다”며 “상속세법이 고쳐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산층의 세 부담이 강화된다는 지적이 있었고, 자녀 공제를 올리면 일괄공제를 올리는 효과가 있어 자녀 공제를 올리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 자녀 공제 금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확대한다”며 “중산층, 특히 다자녀 가구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종부세 중과 제도 폐지 또는 개편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당초 여야 정치권에서 폐지론이나 완화론이 불거지면서 세법개정안에 규제 완화책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지방재정 감소나 ‘부자 감세’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종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더 컸다”며 “개편을 하려다 보면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이나 재산세와의 관계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최 부총리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국내 1400만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겠다”며 “중소기업을 졸업하더라도 기존에 받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적용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밸류업·스케일업 우수 기업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2배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세수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도 이보다 더 세금을 감면해 주는 세법개정안이 향후 ‘세수 펑크’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지적에 최 부총리는 “올해 국세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에는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며 “투자·소비 촉진을 위해 그간 추진해 왔던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전반적으로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부총리의 일문일답.
ㅡ상속세 개편에서 배우자 또는 일괄공제 외에 자녀 공제를 선택한 배경은 무엇인가.
“상속세는 25년 정도 개정이 되지 않아 우리 경제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대해 (정부가) 개정해야 한다는 과제가 다양하게 제시됐다. 기재부나 국회, 여러 전문가와 논의해 오늘 발표한 내용을 정부안으로 결정한 것이다.
상속세법에서 어떤 공제를 고칠까 고민했다. 배우자공제 같은 경우에는 일괄공제하고 있고, 이미 30억까지 충분하게 공제되고 있기 때문에 일괄공제냐 자녀 공제냐의 이슈가 있었다. 최근 다자녀 가구에 대해 조금 더 정부가 대우를 해주자는 부분이 있었고, 자녀 공제를 올리는 방법을 택했다. 결국은 자녀 공제를 올리면 일괄공제를 올리는 효과가 있다. 자녀 공제로 올리는 것이 여러 가지 여건상 제일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봤다.”
ㅡ종부세 부분이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빠졌다.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제외한 것인가.
“종부세는 전반적으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더 컸다. 근본적인 개편을 하려다 보면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재산세와의 관계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했다. 그런 부분을 검토해 그 결론을 세법에 담는 게 맞다고 봐서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담지 않았다.”
ㅡ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인해 향후 5년간 세수가 마이너스 4조4000억원에 달한다. 작년에는 자녀장려금 상향으로 마이너스 5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세수 펑크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세법개정안을 내놓은 이유가 무엇인가.
“작년과 올해 세수 부족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어 질문해 준 것으로 이해한다. 아시는 바와 같이 작년에 특히 세수 부족이 컸다. 올해도 세수가 녹록지 않은 상황은 2022년과 2023년의 경기 둔화에 따른 결과물이다. 내년에는 일단 전반적인 기업의 실적이 호조가 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상황보다는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나오는 세수 효과도 내년에 미치는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 누누이 말하지만, 세수 결손은 여러 가지 경기 상황에 따라서 단기적으로 등락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감안해야 한다. 조세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조금 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제의 활력 제고나 민생 안정 등을 살펴봐야 한다. 올해는 세법 자체가 경제 왜곡을 하면서 오는 여러 부작용을 개선하는 효과도 같이 봐야 한다.”
ㅡ야당에서 상속세 일괄공제 상향에는 찬성하지만, 최고세율 인하는 부자 감세라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향후 국회 통과 과정에서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논리에 어떻게 대응할 건가.
“상속세와 관련해 아무래도 부자 감세 논란이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상속세가 25년 동안 고쳐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전반적인 자산 수준은 그동안 많이 올라왔다. 상속세의 대상이 되는 분들이 우리가 흔히 중산층이라고 부르는 분들까지 늘어났다.
일단 상속세 개편은 그동안 우리 경제의 여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던 것을 반영한다는 점, 중산층의 부담도 완화한다는 점이 있다. 최근에 기업 승계에 있어서 상속세가 상당히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단순히 정부가 부자들을 감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상속세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기업 승계와 우리 경제의 선순환이라는 측면에서의 제약이 된다는 것을 잘 설명하려 한다.”
ㅡ우리나라 중산층은 어떤 계층을 뜻하나. 서울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해도 상속세 공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이라는 표현 자체는 객관적으로 정하기 어렵지만, 큰 틀에서 보면 취약 계층과 상류층을 뺀 나머지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전체적으로 중산층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역동경제를 활성화하자고 부르짖는 이유 중 하나는 결론적으로 중산층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상속세에 대해서는 모든 중산층이 (상속세) 대상이 된다는 걸 말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 상속세를 설계했을 때보다 중산층에 속하는 분들이 상속세에 대해 부담이 커지는 것이어서 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다.”
ㅡ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유산취득세 도입을 뺀 배경과 향후 개편 방안은 무엇인가.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유산취득세 도입은 야당을 포함해 높은 공감대가 있는 만큼 계속 추진할 것이다. 여러 고민이 있어 이번 개편안에는 못 담았지만, 유산취득세 도입을 담당하는 조세개혁추진단에서는 전문가들과 계속 소통 중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유산취득세 전환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유산취득세 도입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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