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법] 尹정부, 세 번째 감세 세법개정안… 25년만의 상속세 손질(종합)
주주가치 제고 상장기업 법인세 감면
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2년 연기
결혼세액공제 신설 등 출산 장려책 담아
윤석열 정부가 세 번째 ‘감세’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정부 출범 첫 해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정비한 데 이어,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상속세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과세표준 최고구간 세율 50%에 최대주주 보유 주식 20% 할증 평가까지 최고 60%의 세율을 부과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체계를 개편했다. 다만 상속세 개편의 최대 화두였던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다음으로 미뤘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주주 환원 확대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도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겼다. 주주환원을 늘린 상장기업에 대해선 법인세를 줄여주기로 했다. 2020년부터 도입을 검토해 온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로 방향을 잡았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점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연기했다.
결혼·출산을 끌어올리기 위해 ‘결혼세액공제’도 신설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혼인신고를 한 신혼부부에 대해선 1인당 50만원(부부합산 100만원)씩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를 한다. 결혼세액공제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안으로, 정부는 한시적으로 제도를 시행한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세법 개정으로 향후 세수는 4조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계됐다. 세수감이 된 것에는 상속·증여세 개편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 법인세, 부동산세 이어 상속세 개편안 내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확정한 2024년 세법개정안은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감세 계획안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22년 법인세율 인하와 다주택자 중과 완화 등 부동산세 세제 합리화를 추진했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의 감세 규모는 13조원에 달했다.
2023년에는 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원천기술 확대, 혼인(출산)에 따른 증여 공제 신설, 자녀장려금 대상 및 지급액 확대를 추진했다. 감세규모가 5000억원에 못 미치는 ‘미니 감세 세법 개정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세법개정안은 세수 감소 효과가 4조3515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감세의 핵심은 상증세 개편이다. 상속세제는 2020년 1월 시행된 세법개정안에서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손질한 이후, 큰 변화가 없이 25년이 흘렀다. 25년 간의 변화라곤 2016년 자녀 공제액이 1인당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인상된 게 전부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10%의 세율이 적용되는 상증세 최저 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상향했다. 상속세 최고 구간은 30억 초과 ‘세율 50%’에서 10억 초과 ‘세율 40%’로 내렸다.
자녀공제는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자녀가 많을수록 공제 규모가 대폭 늘어나게 됐다. 기초공제(2억원)와 자녀공제를 합한 금액이 일괄공제액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없어 유명무실해진 ‘자녀공제’를 현실화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최대주주에 대한 보유주식 할증평가도 폐지하기로 했다.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는 최대주주에 보장되는 경영권의 프리미엄을 인정해 주식 평가 금액의 20%를 더 비싸게 치는 것을 말한다.
시장에서 경영권이 보장되는 주식의 가치는 더 높은 가격을 인정받는다는 점을 반영한 제도였지만, 기업인들에는 가업 상속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인은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상속·증여하지 않고, 외국계 사모펀드 등에 매각한 후 현금으로 상속해 상속세를 줄이기도 했다. 과도한 상속세제가 알짜배기 기업을 외국 자본에 넘기는 폐단을 낳은 것이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 세법에 적용
주주가치를 끌어올린 상장기업의 법인세도 감면된다. 밸류업 자율공시를 이행하고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늘린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에 대해선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 증가액 중 5% 초과분에 대해 5%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주주환원을 늘린 밸류업 기업의 개인주주에 대해서는 다음 연도에 받을 현금배당액 중 일부를 저율로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경영자와 투자자 간 유인구조를 일치시킴으로써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금투세는 폐지 수순을 밟는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에 대해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연간 기준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낸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 세금을 부과하도록 설계가 됐다. 금투세는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금투세 시행 시기를 2년 연기했다가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폐지로 방향을 선회했다.
금투세가 폐지되면서 주식 투자로 발생한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체계가 적용된다. 국내 상장 주식의 양도소득세는 종목당 주식 보유액 10억원 이상 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율(코스피 1%, 코스닥 2%)을 가진 대주주에게 부과된다.
가상자산으로 수익을 남기면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20%(지방세 포함) 세율을 부과하는 가상자산 과세도 내년 1월에서 2027년 1월로 도입 시기를 2년 연기하기로 했다. “가상자산 이용자에 대한 보호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고 기재부 관계자는 유예 배경을 설명했다.
◇ 결혼세액공제 신설… 출산지원금 ‘무제한 비과세’
신혼부부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결혼세액공제’도 신설된다. 지난해 신혼(출산)부부에 대해 증여재산 공제를 신설한 데 이어 새로운 ‘결혼·출산’ 지원 패키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부터 혼인 신고한 부부는 생애 1회에 한해 1인당 50만원씩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 된다. 초혼뿐만 아니라 재혼도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결혼세액공제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12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 지원금에 대해선 출산 후 2년까지 전액 비과세한다. 출산지원금에 대한 과세 문제는 올해 초 부영그룹이 직원들에게 출생아 1명당 1억원씩 지급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출산장려금이 근로소득으로 합산될 경우 소득세가 3000만원 이상 증가해 출산장려금의 취지가 퇴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심각한 초저출산 상황을 고려해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대해선 종전 월 20만원까지 비과세하던 것을 한도 없이 전액 비과세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봉 500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출산장려금으로 1억원을 수취했다고 가정했을 때, 동일 급여 수준의 평균적인 소득·세액공제를 적용한 결정세액으로 비교하면 2200만원 가까이 세부담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한 세법개정안의 세수 감소 효과는 4조3515억원(순액법, 직전연도 대비 증감)에 이른다. 올해 세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감세로 나라살림을 어렵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국세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에는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며 “투자·소비 촉진을 위해 그간 추진해 왔던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전반적으로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세수 결손은 경기 상황에 따라서 단기적으로 등락이 반복된다”며 “조세정책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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