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안] 밸류업 기업에 법인세 혜택… 주주 배당소득세 최대 20%↓

3년간 주주환원 촉진세제 적용
주주환원금 5% 초과에 세액공제
현금배당 중 일부 저율 분리과세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A기업은 내후년에 자사주 소각과 배당 등 주주환원을 직전 3년 대비 1.2배 늘린다. B기업은 내후년에도 주주환원을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이들 기업에서 1000만원을 배당받은 투자자의 경우 A기업의 '실수령액'이 B기업보다 15만원 많아진다.

기획재정부는 25일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에서 3년 한시로 주주환원 촉진세제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주주환원을 확대한 상장기업(밸류업 기업)의 개인주주에 대해 현금배당 일부를 분리과세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주주도 오너도 '윈윈'

개정안이 통과되면 밸류업 기업의 주주는 배당 증가율에 10%포인트를 더한 만큼 비율의 배당 소득금액에 세금 할인을 적용받게 된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분리과세자는 세율이 14%에서 9%로 낮아진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종합과세자에 적용되는 세율도 45%에서 25%로 경감된다.

기재부가 이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기업이 쌓아둔 돈 보따리를 풀라는 취지다. 기업을 이끄는 대주주는 대개 종합과세자로, 배당 소득의 절반에 가까운 4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우리 증시 상장기업들이 배당을 회피하고,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잉여금을 그냥 쌓아두는 이유 중 하나다.

예컨대 A기업의 대주주가 만약 내후년에 배당을 직전 3년 평균 대비 1.9배 늘린다면, 그는 배당금 전액에 25%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임대소득이나 이자소득 등 다른 소득과도 별개의 분리과세다.

밸류업 기업에 주어지는 법인세 공제 혜택도 있다.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금액 5% 초과 증가분에 대해 5%를 공제한다. 그동안 전혀 배당을 하지 않았던 기업에 법인세 공제만을 노리고 배당을 시행하는 사례를 경계하기 위해, 공제한도는 총 주주환원금액의 1%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기업이 주주환원을 평균 10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주주환원을 늘리면, 7억5000만원의 법인세를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상속 부담 줄여 '주가 누르기' 없앤다

이같은 주주환원 촉진세제는 가업승계에 대한 공제한도를 늘려주고, 상속세율을 낮추는 다른 개정안과 맞물려 '밸류업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개정안에서 가업상속공제 공제한도를 밸류업·스케일업 우수기업에 대해 각각 2배씩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가업영위기간에 따라 △10년 이상 600억원 △20년 이상 800억원 △30년 이상 1200억원 등이다.

기회발전특구로 본점이나 주사무소를 이전하고, 특구 내 상시근로자가 전체 근로자 50%를 넘겨 '지방에 뿌리를 내렸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한도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업 활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최대주주 상속 시점이 다가올수록 상속세 절감을 위해 주가를 누르는 경향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이같은 개정안을 내놨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주환원 촉진세제 인센티브를 도입함으로써 배당 성향이 높아지고,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최상현기자 hy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