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株 고공비행에 HD현대 시총 80% 급증… 이차전지 거품 빠진 포스코는 30% 뚝
시장 불황에 이차전지·유통 주력 그룹사 시총은 감소
올해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 집단 가운데 시가총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HD현대그룹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이를 감당할 전력 인프라 수요도 덩달아 급증한 영향이다.
반면 지난해 이차전지 열풍에 힘입어 고공비행을 거듭했던 포스코그룹 시총은 올해 들어 이차전지 거품이 빠지면서 30% 넘게 증발했다. 오너 리스크와 실적 악화 우려가 겹친 카카오그룹 시총도 지난 7개월 동안 15조원가량 급감했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4일까지 농협을 제외한 국내 상위 15개 대기업 집단(자산 총액 기준) 중 시총 규모가 가장 크게 불어난 곳은 전력 장비와 전선 관련 기업을 주요 계열사로 둔 HD현대그룹으로 집계됐다. HD현대그룹은 시총이 연초 34조3150억원에서 61조6407억원으로 79.63%(27조3257억원) 급증했다.
HD현대그룹 시총 증가를 이끈 것은 HD현대일렉트릭의 주가 급등이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글로벌 전력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HD현대일렉트릭 주가는 올해 초 8만2200원에서 이달 24일 36만5500원으로 344.65% 급등했다. 같은 기간 HD한국조선해양(56.33%), HD현대중공업(36.05%) 등의 주가도 올라 시총 증가에 힘을 보탰다.
시총 증가율 2위인 LS그룹 역시 HD현대그룹과 비슷한 사업군에 속한 덕을 봤다. 전선주 테마로 묶이는 LS일렉트릭 주가가 255.19%, 가온전선이 113.92%씩 오르며 그룹 시총도 10조4527억원에서 16조4687억원으로 57.56% 늘었다. 이 중 LS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배전·초고압 사업에서 훨훨 날았다. 이 회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096억원으로, 역대 2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그 외 한화(31.99%), SK(23.2%), GS(18.76%) 그룹도 높은 시총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화그룹의 경우 방산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2분기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140% 가까이 오르며 그룹 시총 증가에 도움을 줬다. 시장 전망치상 한화에어로는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46.48% 증가한 2조6336억원, 영업이익은 160.43% 늘어난 2159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 외 한화엔진(89.19%), 한화시스템(28.17%) 등의 계열사 시총도 늘었다.
국내 시총 1위인 삼성그룹은 삼성SDI(-29.34%), 호텔신라(-22.94%) 등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발목을 잡혔다. 다만 삼성중공업(43.10%), 삼성생명(35.60%), 삼성화재(35.36%) 등의 주가가 오르며 전체 시총은 710조원대에서 745조원대로 5% 늘었다.
올해 들어 시총 규모가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포스코그룹으로 집계됐다. 포스코그룹 시총은 93조8751억원에서 61조4930억원으로 34.49%(32조3821억원) 줄었다. 그룹사 6곳의 시총이 올해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포스코DX(-57.48%), 포스코엠텍(-37.07%), 포스코퓨처엠(-36.63%)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또한 연초 대비 주가가 49만9500원에서 34만6500원으로 30.63% 감소했다.
포스코그룹은 철강과 함께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철강 산업이 전반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고, 배터리 산업도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져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카카오그룹이 포스코그룹 뒤를 이었다. 카카오그룹 시총은 올해 50조원대에서 34조원대로 30.27% 줄어들었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과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 등 오너 리스크가 그룹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유지하려고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이달 17일 구속됐다.
오너 리스크가 올해 내내 카카오 그룹에 영향을 미치며 카카오페이 주가는 올해 들어 50% 가까이 급락했다.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카카오게임즈도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주가가 약 30%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오너 사법리스크가 해소돼야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재도약을 위한 공격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사법·규제 리스크 해소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진·롯데·신세계 등 유통 분야 그룹 시총도 고금리에 따른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으로 9~18%대 감소 폭을 보였다. 다만 GS그룹 시총은 2021년 인수한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휴젤 주가가 연중 65% 가까이 오르고, 동해 가스전 관련주로 묶인 GS글로벌 주가가 40% 넘게 급등하면서 2조원 가까이 늘었다. GS리테일 주가는 8.24% 하락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이브 상장 때 사모펀드서 4000억 따로 챙긴 방시혁, 법적 문제 없다 반박… 금융당국 “들여다
- [단독] 삼성·하이닉스 핵심 연구인력 中에 알선한 무허가 업체 대표 구속
- [금융포커스] 한때 ‘신의직장’ 금감원, 퇴사 막겠다며 5억 컨설팅 받고 결과는 비밀
- [비즈톡톡] 올해 韓 매출 3조 돌파 유력한 스타벅스, 웃을 수 없는 이유는
- 취업 시장에 쏟아지는 삼성 반도체 퇴직 임원 100여명…중국행 우려도
- [인터뷰] 단 108병을 위해 40年을 기다렸다… 발렌타인의 아버지 ‘샌디 히슬롭’
- 삼성전자, 2025년 정기 임원인사서 137명 승진… 전년比 소폭 감소
- 전기차 성과 나기 시작했는데… 美 자동차 3사, 트럼프 정책 ‘유탄’
- 혁신 못한 삼성 반도체 인사… “과거 성공 신화 깨부숴야 변화 가능”
- 뉴진스 “어도어, 전속계약 해지…민희진과 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