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의 반란’ 정봉주 “尹 탄핵 전략 세웠다…싸워달라는 ‘당심’ 받들어야” 

박나영, 구민주 기자 2024. 7. 2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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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 후보 릴레이 인터뷰]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늘 거리에서 싸웠다”
8·18 전당대회 최고위원 순회경선 ‘누적 득표율 1위’…“공천 취소가 ‘트리거’”
“세력 간 연대로 중도 확장…‘조기 대선’ 통한 민주당 집권 이뤄낼 계획 있다”

(시사저널=박나영, 구민주 기자)

'정치병자'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에 출마한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스스로를 이렇게 칭한다. 단 한 순간도 정치 열정이 식은 적이 없다는 의미에서다. 2004년 17대 국회에서 같이 정치를 시작했던 동기들이 하나 둘 은퇴해가는 이 때, 그는 정치 신인으로 다시 화려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장장 16년, 국회에서는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정 후보는 "늘 거리에서 싸우고 있었다"고 말한다. 바로 그 '거리 정치'가 최고위원 순회경선 투표에서 그를 압도적인 1위로 끌어올린 걸까. 

지난 총선에서의 공천 취소가 '트리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후보의 공천 취소를 본 당원들 머릿속에 'BBK', '다스'가 소환되면서 'MB 저격수'였던 그를 국회로 불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언제나 당원‧국민과 소통하는 자신이 당에 브릿지(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총선 압승을 가져다 준 민심은 싸워달라는 요구였는데 그에 못 미치고 있다"며 "중도 확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 조기 대선을 통해 민주당이 집권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박정훈 기자

여의도에 오랜 기간 자리를 비웠다 돌아왔는데 소회는.

"국회 배지 달고 등원만 안했지, 저는 늘 거리에서 싸우고 있었다. 당원들은 제가 싸움을 한 순간도 쉬지 않은 걸 알고 있고, 이제 제도권 안에서 싸우라고 격려해주고 있다. 2004년에 같이 정치를 시작한 17대 국회 동기들이 은퇴하는 시점인데 저는 여전히 정치 신인이다. 정치 에너지가 멈췄던 적이 없다. 그래서 스스로 호모사피엔스 아니라 호모폴리티쿠스라고 얘기한다. 쉽게 말해 '정치병자'."

열정이 식지 않는 이유는 뭔가.

"개인적으로 성찰한 답변은 '비우는 것'이다. 노자 도덕경에서 상대방 손을 잡기 위해선 내 손을 비워야 한다고 했다. 항상 힘을 빼고 살려고 노력한다. 채우려는 욕심을 갖지 않아야 가능하다. 나는 (최고위원에) 들어가는 것에 의미를 두지 순위에는 관심 없다. 어떻게든 들어가면 내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현재까지 제주‧인천‧강원‧경북‧대구에서 누계 득표율 1위다. 예상했나. 

"관심도 없고 생각도 없었다. 언론에서 계속 언급되니 이제 관심 가지려 한다. 저는 대중의 얘기를 많이 들을 뿐 뭘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16년 동안 아무것도 못 잡으면서 뭘 잡지 말라는 운명이라고 느꼈다. 국회의원 한 번 해본 것으로 제 공식적 영광은 달성했다."

정봉주를 향한 표심을 분석하자면. 

"이번 총선에서 공천장을 뺏긴 것이 트리거가 된 것 같다. 당원들 일부는 동정표, 일부는 부채의식이라고 얘기한다. 2007년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의 BBK 주가 조작 사건 의혹을 제기하고 싸웠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니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혼자 싸우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감옥도 다녀왔다. 오래 전 일이어서 당원들이 잊고 있다가 공천 취소 트리거로 다스, BBK까지 소환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채의식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정치에 무관심했는데 나꼼수를 통해 정치를 알게됐다'는 편지를 감옥에서 만 장 넘게 받았는데, 그런 부채의식라고 본다. 징역을 살며 자동 탈당됐는데, 이후 복당하려고 하니 다른 사건을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당시 사무총장에게 전화해 BBK로 처절하게 싸운 저를 버리는 거냐고 펑펑 울면서 얘기했다. '민주당은 가상의 실재'라고, 우리 마음의 집합체가 민주당이지 당사나 의원의 집합체가 아니니 당신 마음대로 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는데도 복당이 안됐다. 2010년 첫 번째 컷오프 이후 지난 총선까지 (선거 과정에서) 4번 탈락했다. "

'목발 경품' 등 막말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공천이 취소된 정봉주 전 의원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보‧신고센터 만들어 탄핵 전략 구체화할 것" 

최고위원이 되면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중도 확장이다. 권위적인 정치로는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친화적이고 접근성이 있어야 한다. 저의 전투력은 인정하지만 다소 과도한 부분이 있다며 중도층 이반을 걱정하는 시선이 있는데, 대중적이고 즐거운 당을 만드는 건 제가 선수다. 중도 확장에는 공식이 있다. 정책만 중도에 갖다놓을 게 아니라 세력 간 연대가 있어야 된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정권을 잡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윤석열 정권의 적은 다 동지다. 지금 시대정신이 탄핵이라고 설득 가능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있다고 본다.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함께 물살을 헤친다)와 화이부동(和而不同·화합하되 동화되지 않는다)이 중요하다."

정권 교체를 위한 전략을 이미 세운건가. 

"탄핵 후 조기 대선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대강의 흐름은 있지만 최고위원으로 들어가 제보도 받고 신고센터도 만드는 등 현역 동지들과 함께 구체화해 나갈 것이다. 이재명 전 대표가 공격받는 데 대한 전략도 세울 것이다. 제가 10년 재판을 받아봐서 이 전 대표의 심경을 가장 잘 알고, 어떤 역공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이 전 대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의원들이 있는데 당을 부수려는 의도다."

원외 인사로서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는데. 

"정치는 국회의원만 하나? 여의도에서 배지 단 사람들만 정치하는 건 아니다. 국회의원은 대의를 하는 것이고 그 밑에 수많은 당원과 국민이 있다. 저는 그들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것일 뿐이다. 우원식 국회의장 당선에 따른 탈당 사태 때 제가 당원들을 설득했고, 앞으로도 당원들을 설득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원내 인사들은 너무 바쁘다. 저는 시간이 많아 국민과 더 대화할 수 있다. 원외 한 표를 저에게 주면 브릿지 또는 채널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봉주 1위 득표 결과'에 친명계가 당혹스러워 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는데 실제로 느껴지나.

"전혀 없다. 제가 들어오면 배지들의 정치에 균열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순 있겠지만 적당히 싸우는 국회의원들에게 관성을 깨라는 요구가 투표 결과에 담겨있다고 본다. 당원들이 제 순위를 이상하게 생각한다면 지금 1위를 못하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박정훈 기자

"27일 부산 유세에서 승부수 띄운다" 

지난 총선 때 공천이 취소됐다.

"원인 제공자가 저다. 누굴 탓하겠나. 뿌린 자가 거두는 거다. 억울하다고 해선 안 될 일이고 당 입장에서 버티다 더 많은 의석 날아갈 수도 있었기에 빠른 결단이 불가피했다는 것 이해한다. 이후 (논란이 있었던) 김준혁, 양문석 의원들에게 연락해 형이 맞겠으니 버티라고 얘기했다."

민주당 정당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총선 때 표를 준 건 싸우라는 요구였는데, 이에 못 미치고 있어서다. 한쪽에선 정책 또 한쪽에선 열심히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움직임이 없으니 호남에서 먼저 지지율이 빠진다. 선명한 민주당을 지지했던 이분들이 유보 상태로 돌린 것이다."

과거 'MB 저격수'로 활약하던 당시와 지금, 정치 환경은 무엇이 달라졌나. 

"그때는 아날로그로 싸웠는데 지금은 디지털로 싸운다. 그 차이다. 저는 'K-전투'에서 승리할  전략이 있다."

22대 국회에서의 목표와 정치적인 꿈은.

"조기 대선 실시를 통한 민주당 집권이다. 제 정치적인 꿈은 오는 27일 부산 유세에서 밝힐 것이다. 부산에서 승부수를 띄운 후 광주‧전남에서 어느 정도 득표를 하는지 볼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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