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속기 출시 속도전?…'HBM 1등' SK하이닉스 "오히려 좋아"

한지연 기자, 오진영 기자 2024. 7. 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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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2분기 실적 발표(종합)
SK하이닉스 분기별 실적 추이/그래픽=이지혜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바탕으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들어섰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선두 지위를 재확인하고, 리더십을 계속해서 가져가겠단 방침이다. 올해 HBM 매출이 지난해 대비 300% 성장할 것이라 보고, 투자 계획을 연초보다 확대했다. 내년 출하 예상 물량 역시 모두 고객사와 협의를 완료한 상태로 매진됐다. AI(인공지능) 열풍이 이어지면서 HBM도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2분기 매출 16조 4233억원, 영업이익 5조 468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5일 공시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 매출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 (2조 8820억원 적자)보다 8조 3405억원 증가해 흑자전환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5조원을 돌파한 것은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8년 2분기(5조 5739억원)와 3분기(6조 4724억원) 이후 6년 만이다.
"HBM은 기세…착실한 로드맵으로 1등 자리 계속 고수하겠다"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단연 HBM이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 1위 기업인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 물량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4세대인 HBM3에 이어 5세대인 HBM3E 8단도 공급 중이다. 덕분에 SK하이닉스의 2분기 HBM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0%이상 폭발적으로 늘었고, 전분기 대비로도 80% 이상 증가했다.

김우현 부사장(CFO)는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HBM3E 본격 판매로 SK하이닉스 D램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20%초반까지 성장했다"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기 대비 10% 중반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점차 빨라지는 AI가속기 출시 속도에 뒤처지지않고 TTM(타임투마켓)에 맞춰 HBM로드맵도 착실히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을 계획대로 3분기 양산 시작하고, 4분기부턴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중엔 HBM3E12단 공급량이 HBM3E 8단 제품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6세대인 HBM4 12단은 내년 하반기 출하, HBM4 16단은 2026년에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개발 계획을 세웠다.

고객사의 AI 가속기 출시 주기가 점차 빨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오히려 1등 기업으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GPU(그래픽처리장치)에 채용되는 HBM도 주기 단축이 필요해 D램 기업 입장에선 개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3월 블랙웰을 공개하고, 블랙웰이 출시되기도 전인 6월엔 루빈을 공개했다. 김 부사장은 "고객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리더에겐 오히려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며 "TTM이 중요한 시장 특성상 기술경쟁력과 풍부한 양산 경험을 갖춘 선두 업체와 협력하는 것이 고객사 입장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제품 출시 시기가 단축되면 시장 수요를 촉진하는 경향이 있어 HBM 시장 규모 확대와 수요 창출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투자확대로 HBM 물량 늘릴 것…임직원은 성과급 최대치
SK하이닉스는 늘어나는 HBM 수요에 맞춰 올해 투자 계획을 기존의 연초 계획보다 늘리기로 했다. TSV(실리콘관통전극) 캐파(CAPA, 생산능력)과 1b(10나노급 5세대) 전환 투자를 기반으로 HBM3E 공급을 빠르게 확대한단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 HBM 출하량을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확대하고, 내년에도 올해 대비 2배 이상의 출하량 성장을 기대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의 M15X, 경기도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M15X는 내년 하반기 양산, 용인 클러스터의 첫번째 공장은 내년 3월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HBM은 고객 주문형 제품으로, 1년 정도 단위로 주문을 미리 받은 후 생산에 나서기 때문에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곧 주문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HBM 물량이 대부분 솔드아웃됐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에 더해 D램 등 전반적인 메모리 시장도 내년엔 덩달아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 봤다. 전방산업이 활기를 띄는 것에 더해 HBM 수요 증가로 일반 D램 생산을 위한 가용 캐파는 오히려 줄어들어 공급량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일반 D램의 수요 회복이 가속화된다면, 그 수익성이 HBM 수익성에 비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HBM뿐만 아니라 AI용 서버 D램, eSSD(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수요가 늘어나는 주요 메모리 제품도 SK하이닉스의 견조한 2분기 실적을 뒷받침했다. 2017년~2018년 사이 클라우드 서버에 대한 빅테크들의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면서, 최근 서버 교체주기가 도래했다. 또 AI 데이터센터를 증설하며 서버 D램 수요가 증가했다. 김 부사장은 "올해와 내년 HBM을 제외한 서버 D램의 성장률을 20%중반으로 전망 중"이라고 말했다. 김석 낸드플래시 마케팅 담당은 "낸드 분야에선 eSSD는 뚜렷한 수요 증가를 보이지만, PC나 모바일 등 일반 응용처 수요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수익성 위주의 판매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30%를 넘기면서, 성과급으로 PI(생산성격려금) 비율을 최대치인 기본급 150%로 이날 공지했다. 연봉 8000만원의 직원은 기본급이 400만원으로, 성과급은 600만원이 된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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