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합 227세’ 일본 3인조 노인 절도단 체포
일본에서 평균 76세 노인 절도단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했다. 최근 일본에서 노인 범죄가 늘고 있는데 고령층의 외로움과 가난이 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미노 히데오, 마츠다 히데미, 와타나베 켄이치 등 3명 노인은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빈집에 침입해 물건을 훔친 혐의로 지난 17일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 홋카이도문화방송(UHB)이 보도했다. 각각 88세, 70세, 69세로 도합 227세다.
이들은 지난 5월 삿포로의 빈집에 침입해 물건을 훔친 혐의 등을 받는다. 당시 이들이 훔친 금품은 총 200엔(약 1800원) 현금과 1만엔(약 9만원) 상당 위스키 3병이다.
한 달 뒤인 지난 6월에는 같은 지역 또 다른 빈집에서 100만엔(약 900만원) 상당의 보석, 손목시계 등 24점을 절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장 나이가 많은 우미노가 절도, 둘째 마쓰다가 운전, 막내 와타나베가 장물 처리를 담당했다.
이들은 물건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두 번째 절도 대상 가정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및 일부 장물 거래가 이뤄진 정황을 확인해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삿포로와 인근 도시 에베츠에서 발생한 다른 10건 강도 사건에도 이들이 연루됐는지를 조사 중이다.
이들은 교도소에서 만나 서로 알게 됐으며, 출소 후 절도단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경찰에서 “생계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들 노인은 나이가 많아 체포된 상태에서도 운신 등을 위해 경찰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들의 체포 소식은 온라인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일부 누리꾼은 경찰이 수사 도중 이들을 ‘G3S’라는 암호명으로 불렀다는 보도에 주목했다. 해당 명칭은 일본어로 할아버지를 뜻하는 ‘지이산즈(じいさんず’와 발음이 같다. 퇴직 후 은행강도에 나선 세 명 노인을 다룬 2016년 영화 <고잉 인 스타일(going in style)>이 일본에 <지이산즈(ジーサンズ)>로 번역된 바 있어 영화가 현실이 됐다는 등 반응도 나왔다. 일부 누리꾼은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슬프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선 몇 년 새 노인 범죄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의 범죄 비율은 1989년 2.1%에서 2019년 22%로 급증했다. 특히 절도 범죄의 비율과 재범률이 이 연령대에서 높다고 한다. SCMP는 노인 세대의 외로움과 가난이 이같은 추세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노인 범죄 증가세를 두고 일본에선 일찌감치 ‘폭주노인’이라는 말이 쓰이기도 했다. 일본은 2021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 대비 29.1%를 차지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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