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원 받고, 민주당에 맞서 ‘단일대오’ 강조한 한동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7.25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첫 지도부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민주주의 위협 세력’으로 규정하고 단일대오로 맞설 것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추진한 이날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에 “국민의힘이 분열할 거란 얄팍한 기대는 착각임을 보여주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이라는 ‘외부의 적’을 상정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갈라진 내부를 결속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날 만찬에서 형성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 위협 세력엔 지금보다 더 단호히 대항해 이기는 정치를 하겠다”며 “그런 싸움에서 몸 사린다는 소리, 웰빙 정당이라는 소리 다신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민주주의 위협 세력’으로 규정하고 단호한 싸움을 선언한 것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이 이날 재표결에 부쳐진 것을 두고 “민주당이 전당대회 직후 남은 감정들 때문에 국민의힘이 분열할 것이라는 얄팍한 기대를 하는데,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우리가 하나로 뭉쳐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본회의 강행 처리에 나선 ‘방송4법’을 “방송장악4법”이라 칭하며 “방송을 민주당의 유튜브처럼 운영하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선 “합의정신이 잘 지켜져야 한다”, “국회를 공정하게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국회의장실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4.07.25 박민규 선임기자

이를 두고 한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격해진 친윤석열(친윤)계와의 갈등을 봉합하는데 우선순위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만찬에서 윤 대통령의 지원 메시지를 받고 형성된 상호 우호적인 당정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이날 마침 야당 주도 법안들이 상정되는 본회의가 열리다보니 내부 결속을 다지기 좋았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표가 당대표가 되면 발의하겠다고 했던 ‘제3자 추천 특검법’도 친윤계의 반대에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한 대표는 제3자 추천 특검법에 대한 생각에는 변함 없다고 했지만 ‘당내 토론 과정’ 등을 언급하면서 입장 선회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표의 측근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나와 “민주당 특검 대안으로 제3자 특검을 제시한 것이지,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서 나온 게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오늘 부결되면 다른 특검으로 간다고 하는데, 우리가 제3자 특검 논의를 이어가는 게 맞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민생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꼽고 “최우선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극단적으로 나뉜 진영 구도 하에서도 금투세를 내년에 바로 시행하는데 찬성하는 여론이 34.6%, 반대가 43.2%”라며 “민심을 따라 정치를 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인사하고 있다. 2024.07.25 박민규 선임기자

원외 신분인 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과 상견례를 했다. 회의장을 돌며 웃는 얼굴로 친윤 이철규 의원 등 여러 의원과 악수했다.

한 대표는 연단에 올라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에서 모두 63%의 지지를 얻어 선출된 점을 거론하며 “압도적인 숫자의 의미와 당심·민심의 숫자가 정확히 같았다는 사실을 대단히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인다. 국민의힘의 변화를 명령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심 이기는 정치 없고, 민심과 한편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당심이 본인에게 있으며, 민심과 당심은 다르다는 근거로 자신을 공격하지 말라는 견제구로도 해석됐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